尹 비상계엄 손해배상 인정… 국민 5천만명 모두 10만원씩 받을 수 있나
尹 비상계엄 손해배상 인정… 국민 5천만명 모두 10만원씩 받을 수 있나
첫 판결 나왔지만 '전 국민 배상'은 험난한 길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소송을 낸 시민 104명이 1인당 10만 원씩 위자료를 받게 됐다. 하지만 이 판결이 나머지 5천만 국민에게도 '10만 원 배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는 25일 "국민들인 원고들은 공포와 불안, 좌절감, 수치심으로 표현되는 고통과 손해를 입은 것이 명백하다"며 윤 전 대통령에게 시민 104명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법원이 특히 주목한 것은 비상계엄의 '파급력'이었다. 이 부장판사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그로 인한 일련의 조치를 통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등 국가 기능을 마비시켰고 국민의 생명권과 자유, 인간 존엄성을 유지해야 하는 대통령의 막중한 임무를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12월 3일 밤 계엄령 발표를 TV나 휴대폰으로 접한 다른 국민들도 줄줄이 소송을 걸면 10만 원씩 받을 수 있을까.
'나도 국민인데'는 안 돼…'개별적 피해' 입증이 관건
법리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손해 발생 △가해행위와의 인과관계 △개별적 피해 입증이라는 세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까다로운 것은 '개별적 피해' 입증이다. 법원은 과거 "대통령의 행위가 대통령의 직무수행 중에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전체 국민 개개인에 대하여 개별적인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5. 28. 선고 2017가단4056 판결). 단순히 '나도 국민이니까 10만 원 달라'는 식으로는 승소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번 소송에서 승소한 104명은 대부분 변호사나 시민단체 활동가처럼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직접적인 불안감을 경험한 사람들이었다. 법원에서 "나는 이런 구체적인 고통을 받았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었던 것이다.
10만원 받으려다 '배보다 배꼽이 클 수도'
경제적 계산도 복잡하다. 10만 원이라는 위자료는 인지대(1만 원)와 송달료 등 기본 소송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패소하면 상대방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므로 오히려 손해를 볼 위험이 있다.
이번 판결은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가능성을 법원이 처음 인정한 사례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구체적인 공포나 불안을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국민들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법원은 개별 사안마다 피해의 구체성을 엄격하게 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