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사고, 경찰은 '보도침범'이라는데…12대 중과실 맞나요?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사고, 경찰은 '보도침범'이라는데…12대 중과실 맞나요?

2026. 08. 11 14:5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피해자는 전치 6주, 바로 옆엔 자전거 전용도로…사고 도로의 법적 성격이 처벌 수위 가른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발생한 인명 사고에 대해 경찰이 12대 중과실인 '보도침범' 적용을 검토 중이다. / AI 생성 이미지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A씨는 최근 자전거를 타다가 보행자와 부딪히는 사고를 냈다. 사고가 난 곳은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니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였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경찰이 A씨에게 12대 중과실 중 하나인 '보도침범'이 적용될 수 있다고 알린 것이다. 12대 중과실 사고는 피해자와 합의해도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A씨는 직업상 문제가 생길 수 있어 12대 중과실 처벌만은 피하고 싶다. 자전거 통행이 허용된 도로에서 난 사고인데, 정말 보도 침범으로 처벌받게 되는 걸까?


'겸용도로' 주행했는데…'보도침범'이라는 경찰


A씨는 최근 비분리형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자전거로 주행하다가 오른쪽에서 나오는 행인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경찰은 이 사고를 12대 중과실 중 하나인 '보도 침범'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사고가 난 겸용도로 바로 옆에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가 전용도로가 아닌 겸용도로를 이용한 것 자체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서울시 교통과에 문의한 결과 '도로 여건상 불가피한 경우 이렇게 두 가지 도로가 혼재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럼에도 경찰의 판단이 유지된다면 A씨는 12대 중과실로 인한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자전거겸용도로, 법적으론 '보도'와 달라


변호사들은 사고가 난 장소의 법적 성격부터 따져야 한다고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법적으로 '보도'와는 구별되는 별개의 도로이므로, 보도 침범 혐의를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도로교통법은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를 자전거도로의 한 종류로 정하고 있고, 자전거가 그곳을 통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된 통행"이라며 "보도침범 항목은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 보도로 올라선 경우를 전제로 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도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자전거도로에 해당하고, 그 구간을 주행한 것을 곧바로 ‘보도 침범’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하급심 판단이 있다"고 짚었다.


즉, 자전거 통행이 합법적으로 허용된 공간을 주행한 것을 두고 '보도를 침범했다'고 보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12대 중과실 피하려면 '도로 성격' 입증이 핵심


변호사들은 12대 중과실 적용을 피하기 위해 사고 장소의 법적 성격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신결 윤주만 변호사는 "수사 실무상 통상 사고 장소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인지, 보도인지를 먼저 특정한다"며 "사고 지점의 도로 지정·고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관할 구청 자료와 현장 사진을 지금 확보해두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 역시 "통행이 허용된 공간을 주행하다 난 사고를 보도침범으로 구성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사고 지점의 법적 성격을 객관적 자료로 확정하는 일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도로 지정 현황, 노면 표시, 관할 지자체 회신 등을 확보해 경찰 조사 전 의견서를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바로 옆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반박 논리도 제시됐다. 법무법인 율우 신현범 변호사는 "설령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음에도 겸용도로를 이용한 것이 도로교통법 제13조의2 제1항(자전거도로 통행의무) 위반이라 하더라도, 이는 12대 중과실 요건인 '제13조 제1항 위반(보도침범)'과는 조문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다른 법 조항 위반을 근거로 보도침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도침범' 아니더라도…피해자와의 합의는 중요


12대 중과실 혐의를 벗더라도 A씨의 책임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만큼,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는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으면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어 피해자와 합의 후 처벌불원 의사를 확보하면 공소기각이 가능하다"며 "전치 6주 상해이므로 신속한 합의가 가장 중요한 실질적 대응책"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황윤경 변호사도 "만약 12대 중과실이 부정되어 일반 업무상과실치상으로 정리된다면, 이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유형이므로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 확보가 열쇠가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는 사고 도로의 법적 성격을 입증해 12대 중과실 적용을 막는 동시에,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형사처벌 자체를 피하는 두 가지 전략을 함께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