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라더니…숨은 하자 아파트, 복비부터 깎으면 '역소송' 당합니다
'정상'이라더니…숨은 하자 아파트, 복비부터 깎으면 '역소송' 당합니다
중개사 과실, 섣부른 상계는 '독'…변호사들이 꼽은 '필승 카드'는?

아파트 매매 계약 후 배관 하자가 발견됐을 때, 중개보수에서 수리비를 임의로 빼면 채무불이행으로 역소송 당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아파트 매매 계약 후 발견된 '파손 배관'. 확인설명서엔 '정상'이라 적혔지만, 5년 전 누수 기록까지 있던 명백한 하자였다.
분노한 매수인은 수리비를 중개보수에서 제하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채무불이행으로 역공당할 수 있다"며, 소송보다 강력한 '결정적 한 방'이 따로 있다고 입을 모았다.
"괘씸죄 적용" 복비부터 깎았다간… 되레 채무불이행 딱지
아파트 매매 계약을 마치고 잔금일만 기다리던 A씨. 부푼 마음으로 새집을 점검하던 중 세면대 벽체 안에 매립된 배관이 파손된 채 임시 호스로 우회 연결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심지어 아파트 관리사무소 대장에는 5년 전 누수 기록이 명백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가 교부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배수'란에는 버젓이 '정상'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분노한 A씨는 수리비 100만~200만 원을 중개보수(복비)에서 일방적으로 빼고 지급하는 '실력 행사'를 고민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 방법이 최악의 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손해배상 책임과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보수를 깎는 행위는 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중개보수 채무와 중개사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은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것입니다"라며 "중개사가 상계에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서 질문자님이 일방적으로 중개보수를 덜 지급한다면, 중개사는 이를 중개보수 미지급이라는 채무불이행으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라고 단언했다.
법무법인 게이트 정덕 변호사 역시 "과실 여부와 손해액이 다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차감하면 중개보수 채무불이행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못 박았다. 섣부른 상계 시도가 오히려 역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송보다 무서운 '업무정지'… 구청 민원이 진짜 압박 카드
그렇다면 A씨가 중개사의 책임을 묻고 피해를 구제받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다수의 변호사들은 소송보다 '행정 민원' 카드를 먼저 활용하라고 입을 모은다.
확인·설명서 부실 기재는 공인중개사법상 과태료나 업무정지 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중개사 입장에서는 금전적 손해보다 영업 자체에 타격을 입는 행정처분을 훨씬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관할 구청에 공인중개사법 위반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강력한 합의 촉구 수단입니다"라며 "행정처분은 중개사에게 치명적이므로 이를 고지하는 것만으로도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큰 효력이 있습니다"라고 그 실효성을 강조했다.
이동규 변호사 또한 "민사소송을 진행하기 전에 구청에 신고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거나 실제 민원을 접수하는 조치는 중개사가 수리비 분담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소송이라는 긴 싸움에 돌입하기 전, 내용증명 등을 통해 행정 민원 가능성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중개사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강력한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정 가면 100% 이길까? "중개사 잘못 없다"는 반론도
만약 협상이 결렬돼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다면 승산은 있을까. 관리사무소의 누수 기록과 '배수 정상'으로 오기된 확인·설명서는 중개사의 '확인·설명의무' 위반을 입증할 유력한 증거다. 그러나 일부 변호사들은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신중한 의견을 내놓는다.
변호사 조재평 법률사무소의 조재평 변호사는 "남겨주신 글만 가지고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중개사에게 잘못이 없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라며 "중개사가 벽체 내부의 배관 문제나 우회 연결 상태(숨은 하자)까지 확인할 의무는 없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반론의 여지를 짚었다.
외관상 명백한 징후가 아닌, 벽체 내부의 '숨은 하자'까지 중개사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 법원이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법원이 매수인의 현장 확인 소홀을 일부 인정해 중개사의 책임을 100%가 아닌 일정 비율로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소송의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행정 민원을 지렛대로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