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는 한국인, 난 그녀의 딸"…이를 증명하기까지 3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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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는 한국인, 난 그녀의 딸"…이를 증명하기까지 3년 걸렸다

2022. 12. 02 10:13 작성2022. 12. 02 10:40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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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부부를 친부모로 알고 살았던 브라질 국적의 여성

약 30년 만에 '출생의 비밀' 알고, 기록 없던 친모의 흔적 찾아 나서

변호사 도움으로 3년 만에 대한민국 국적 취득

브라질 국적의 A씨는 한국 국적의 친모 밑으로 출생 신고를 한 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계획으로 국내에 입국했다. 하지만 친모의 기록이 전산에서 조회되지 않았다. A씨가 국적 취득을 하려면 방법은 하나. 친모의 존재를 서류로 증명하는 것이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조회가 되지 않습니다." (주민센터 직원)


브라질 이민 후에도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친모. 하지만, 그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국인이 맞다면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돼 있어야 하는데, 전산상에 그녀는 '애초부터 없는 사람'이었다.


친모의 '흔적'을 찾아 나선 사람은 태평양을 건너 막 국내에 입국한 20대 후반 여성 A씨(브라질 국적).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한국 국적인 친모의 기록을 확인해 그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국적법상 출생 당시 ①친모나 친부가 한국 국적이면, 자녀는 ②출생과 동시에 ③한국 국적을 가질 수 있다(제2조 제1항 제1호).


그런데 친모 기록이 없다니, A씨는 국적 취득을 위한 전제 조건(①)에서부터 탈락이었다. 해결 방법은 하나였다. 친모의 존재를 서류로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민자였던 친모, 상황 여의찮아 브라질 기관에만 출생 신고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동안 왜 출생신고를 안 했냐"며 A씨를 타박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A씨에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브라질 이민자였던 친모는 1990년대 초 A씨를 낳고 브라질 정부에만 신고를 했다. 한국대사관에도 출생신고를 해야 한국 국적이 나오지만, 그는 이런 절차를 잘 알지 못했다. 봉제일을 하며 삶이 녹록지 않았던 터라, 다시 확인해 볼 여유도 없었다.


한국인 친부라도 신고를 하면 됐지만, 유부남이라는 점이 뒤늦게 들통나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이후 큰 병을 얻은 친모는 결국 A씨를 낳은 지 2년 만에 사망했다. 3살 A씨는 이모 부부를 친부모로 알고 자랐다.


친모가 한국 국적이라면, '출생신고'만으로 자녀에게 대한민국 국적이 부여된다. 하지만 A씨 친모의 경우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한국 대사관에 A씨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주브라질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친모가 한국 국적이라면, '출생신고'만으로 자녀에게 대한민국 국적이 부여된다. 하지만 A씨 친모의 경우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한국 대사관에 A씨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주브라질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그렇게 약 30년이 흐른 뒤에야, A씨는 한국 국적 취득 과정에서 친부모의 존재를 알게 됐다. A씨는 혼란에 빠질 틈이 없었다. 친모의 기록을 먼저 찾아야만 했다.


길이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 2019년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무료법률상담(마을변호사 제도)을 하던 오상민 변호사(오상민 법률사무소)를 만나면서였다.


그는 A씨 가족의 행정서류에 친모의 작은 흔적이라도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A씨 이모의 도움을 받아 친모 아버지(A씨 외할아버지)의 제적등본을 떼어봤다. 예상대로 등본에는 친모 '박지영(가명)'이 자녀로 기록돼 있었다. 이런 기록이 있는데도 친모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없던 이유도 알았다.


친모의 가족이 이민을 간 건 '호적제'가 시행되던 시기. 지난 2008년 호적제 폐지 후, 가족의 호적은 '가족관계등록부'로 넘어와야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누락된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행정상 문제'였다.


"이 박지영이 그 박지영과 같은 사람 맞나?"

이제 A씨는 '친모 박지영(한국 출생)'이라고 기재된 브라질 출생증명서와 한국 제적등본을 토대로 친모 밑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주민센터에선 이번에도 안 된다고 했다. 두 서류에 기록된 각각의 박지영이 동일인인지 '서류상'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모든 정황이 'A씨는 한국인 박지영의 딸'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행정절차상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에 오 변호사는 '인지(認知) 청구 소송'을 통해 A씨와 '박지영'이라는 여성이 친자 관계가 성립한다는 점을 입증해보기로 했다. 인지란 혼외자를 자신의 자녀로 인정해 법적으로 부모·자식 관계가 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가 인지청구 소송이다.


인지청구 소송에선 통상 유전자(DNA) 검사로 친자관계를 확인한다. 친모가 이미 사망한 A씨의 경우 이모가 대신 검사를 했고, 둘은 동일한 모계 혈통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A씨와 '박지영'은 모계로 연결된 '핏줄'이라는 점을 입증했지만, 인지 판결을 위해선 더 많은 증거가 필요했다.


오 변호사는 브라질 공공기관에서 A씨 모녀의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현지 한인 변호사에게 공증을 맡겼다. 또한 A씨의 가족사진과 현지 지인들의 사실확인서, 등록금 영수증 등을 법원에 제출했다.


A씨와 A씨 이모의 유전자 검사, A씨 모녀와 관련된 서류 등을 근거로 법원에서 인지 판결을 받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씨와 A씨 이모의 유전자 검사, A씨 모녀와 관련된 서류 등을 근거로 법원에서 인지 판결을 받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씨의 소송 과정이 이처럼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인지청구는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이 지나기 전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민법 제864조). 이에 법원은 "친모의 사망을 정말 최근에 알았나"며 거듭 확인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서울가정법원은 "A씨가 박지영의 친생자(親生子·부모와 혈연관계가 있는 자녀)임을 인지한다"고 판결했다.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후에야 국적 취득…추후 국적 하나만 선택해야

그런데, 법원 판결로 다 끝난 게 아니었다. 이번에 주민센터 등 행정기관에서 "인지 판결로 A씨의 친모가 한국인 박지영으로 확인됐지만, 친모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없어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쉽게 말해 가족관계등록부는 할아버지 밑에 아버지, 아버지 밑에 아들을 줄줄이 걸어 넣으며 만들어진다. A씨의 경우, 걸어 넣을 서류(친모 가족관계등록부)가 아예 없다는 취지였다.


결국 A씨는 법원에 자신의 '가족관계등록창설' 신청을 했고, 지난 8월 허가를 받았다. 여기까지 마무리하고 나서야, A씨는 비로소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재 A씨는 한국, 브라질 복수국적이라 추후 국적법에 따라 국적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일만 남았다. 이 법은 '만 20세 이후 복수국적자가 된 경우 그때부터 2년 이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고 규정한다(제12조).


"행정 절차의 부재로 번거로운 절차 거쳐⋯제도 개선 필요"

오상민 변호사. /로톡DB
오상민 변호사. /로톡DB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주민번호가 부여되고,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건 아니었다. 국가가 이 아이를 대한민국 사람으로 인지하고 인정하는 건, 출생 신고 등 '행정적인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이기 때문이다. 특히 A씨는 부모가 곁에 없었고 이 절차를 거꾸로 밟아 나가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이 사건을 맡은 오상민 변호사는 "워낙 드문 사례라 처음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3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부은 그는 서류 발급 비용과 교통비만 받고 해결에 나섰다.


이어 "법원 판결(인지 판결)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고도 행정 절차의 부재로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며 "행정적인 부분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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