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핀 새 아파트의 배신”…500만원 계약금 날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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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핀 새 아파트의 배신”…500만원 계약금 날릴 판

2025. 09. 16 10:2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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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중대 하자' 입증이 관건”…계약 해제와 손해배상, 갈림길에 선 매수인의 선택은?

새로 계약하고 가계약금까지 지급한 아파트의 방문을 여는 순간 벽지 위로 시커멓게 피어 오른 곰팡이가 A씨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셔터스톡

벽지 뜯자 시커먼 곰팡이가 '우수수'…3억짜리 새집의 악몽


3억 2천 7백만 원짜리 새 아파트 계약, 500만 원 가계약금을 보낸 A씨의 꿈이 시커먼 곰팡이 앞에서 산산조각 났다. A씨가 한 아파트를 평생의 보금자리로 점찍고 매도인에게 가계약금 500만 원을 송금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공인중개사로부터 계약의 주요 내용이 담긴 문자까지 받자, A씨의 마음은 이미 새집에 입주한 듯 부풀어 올랐다.


며칠 뒤, 부모님과 함께 집을 다시 찾았을 때까지만 해도 그 설렘은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화장실 옆 작은 방의 문을 여는 순간, A씨의 표정은 굳어졌다. 벽지 위로 시커멓게 피어오른 곰팡이와 축축한 누수의 흔적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A씨가 급히 부른 인테리어 업자는 “오래된 아파트라 생긴 단순 습기”라며 안심시키려 했지만, 진짜 문제는 싱크대 아래에 숨어 있었다. 수도관에서 흘러나온 물이 바닥을 적셔 화장실 앞까지 번져 있었고, 그 주변은 이미 곰팡이의 소굴이 되어 있었다. 계약 전 배관 상태를 물었을 때 “전혀 문제없다”고 자신 있게 답하던 중개인의 얼굴이 떠오르며 A씨는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내 돈 500만원, 곰팡이와 함께 증발하나?


A씨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당장 500만 원의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다. 중개인은 “화장실 자체의 누수가 아니니, 계약을 파기하면 가계약금은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씨의 꿈은 이제 법의 심판대 위에 놓였다.


법률 전문가들은 ‘하자의 중대성’을 핵심 쟁점으로 꼽는다. 법무법인 쉴드의 이진훈 변호사는 “누수와 곰팡이는 주거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하자’로 볼 수 있다”며 “매도인이 이를 알리지 않았다면 민법에 따라 계약 해제와 가계약금 반환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매도인의 ‘하자 고지 의무’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무법인 논현의 한민옥 변호사는 “가계약금을 돌려받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 변호사는 “법원은 단순히 하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계약 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수리가 불가능하거나 계약의 목적인 ‘안전한 주거’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500만 원을 위해 더 큰 소송 비용과 시간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결국 A씨가 이 하자가 얼마나 ‘중대한지’를 객관적 자료로 증명하는 것이 싸움의 관건이 된 셈이다.


“문제없다”던 중개인, 책임은 없나?


A씨의 분노는 매도인을 넘어 중개인에게로 향하고 있다. ‘배관에 문제가 없다’는 잘못된 정보로 계약을 중개한 행위는 공인중개사법이 정한 ‘성실·정확 확인·설명 의무(법 제25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소지가 크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중개인이 하자에 대한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명백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만약 이 과실로 인해 계약이 해제된다면, A씨는 중개수수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공인중개사법 제32조는 중개사의 고의나 과실로 거래가 해제되면 중개보수를 받을 수 없다고 명시한다. 심 변호사는 “계약을 유지하더라도, 중개인의 책임을 물어 중개보수 감액을 강력히 요구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A씨가 계약을 없던 일로 하고 500만 원을 온전히 돌려받기 위한 길은 험난하다. 전문가 감정, 수리 견적 등 ‘중대한 하자’임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모아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소송의 실익을 따져, 우선 매도인 및 중개인과 하자 보수 비용이나 매매대금 감액을 협상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은 이제 법적 다툼과 현실적 타협이라는 갈림길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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