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면 무조건 부모에 대한 부양 의무가 있다? 법으로 보면 아니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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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면 무조건 부모에 대한 부양 의무가 있다? 법으로 보면 아니라는데

2021. 05. 25 18:15 작성2021. 05. 25 18:59 수정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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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상 자녀가 부모 부양할 의무 있는건 맞지만⋯무조건적 의무 있는 것은 아니야

자녀가 성인이고, 부모가 스스로 생활하는 데 문제 없다면⋯법적인 부양의무 없어

감정이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부자 사이. 결국 A씨 역시 아버지는 없는 셈 치고 살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산 지 2년, A씨는 느닷없이 소송을 당했다. 아버지로부터 '부양료 청구' 소장이 날아온 것.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씨 부부에겐 고민이 있었다. 결혼 이후 줄곧 손주 이야기를 꺼내는 A씨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A씨 부부는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뜻을 전했지만, 아버지의 태도는 완강했다.


급기야는 "자식을 낳지 않을 거면, 우리도 부자간의 연을 이만 끊자"며 폭탄선언까지 했다.


처음엔 조금 과격한 감정 표현이려니 했다. 하지만 실제로 아버지는 폭탄선언을 한 후부터 A씨 부부와 더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자식 교육을 잘못시켰다"며 A씨의 어머니에게 화살을 쏘았다. 결국 이 일로 A씨 부모님은 이혼까지 하게 됐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부자 사이. 결국 A씨 역시 아버지는 없는 셈 치고 살기로 다짐했다. 앞으로 아버지는 형이, 어머니는 자신이 모시기로 합의하고 각각 생활비를 지원해왔다. 각각이 부족함 없이 최선을 다해왔다. 그렇게 산 지 2년, A씨는 느닷없이 소송을 당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부양료 청구' 소장. 아버지는 A씨에게 "내가 자식이 둘인데, 왜 큰아들한테서만 생활비를 받아야 하냐"며 "어머니만 부양할 게 아니라, 나도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절연했다가 이번에는 자신을 부양하라고 요구하는 아버지. A씨는 이럴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건지 변호사들에게 방법을 물었다.


부모 부양 의무 존재하지만, 자녀 양육이나 부부 사이처럼 '무조건' 해야 하는 건 아냐

A씨의 고민을 들은 변호사들은 "아버지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고 공통 의견을 냈다.


법률사무소 확신의 황성현 변호사는 "결혼 이후 자녀 계획 문제는 전적으로 부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자녀를 낳지 않는다고 해서 절연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고, 법적으로도 근거가 없는 요구"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의무는 2차적 의무"라며 "부모가 자력으로 생활 유지가 불가능하고, 자식이 경제적 여유가 될 경우에만 부양의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우리 민법은 가족 간에 부양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제974조). 부모와 미성년 자녀, 부부 사이 등이 이러한 의무를 진다. 이런 경우에는 경제적인 능력이 있건 없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이를 1차적 부양의무라고 한다.


반면, 부모가 성인 자녀를 부양하거나 성인 자녀가 부모를 부양할 의무는 2차적 의무로 보고 있다. 이때는 예외적으로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한다. 예컨대 고령의 부모가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하고, 자녀가 부모를 부양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경우여야 한다.


정리하면 A씨의 아버지가 스스로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A씨가 자녀라는 이유로 무조건 부양의무를 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너는 내 자식 아니냐?" 막무가내 청구는 안 받아들여질 것

또한 변호사들은 A씨의 아버지가 이미 다른 자녀로부터 부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법무법인 동광의 최민형 변호사는 "형제 둘이 어머니와 아버지를 나눠서 각각 부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보면) 충분한 부양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단순히 자식이니 부양 의무가 생긴다는 식의 청구는 신의칙에 어긋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민법 제2조에 따르면, 권리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행사해야 한다"며 "부양을 충분히 받고 있는데도, 권리를 남용해 요구한다면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최 변호사는 봤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 역시 "A씨의 친형이 이미 아버지에게 부양료를 지급하고 있으니, 부양료 청구를 위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아버지의 기본 재산 내역과 친형의 부양료 지급 내용에 대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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