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쓰레기방 만들고 도주한 세입자… 왜 재물손괴 '혐의 없음'일까
원룸 쓰레기방 만들고 도주한 세입자… 왜 재물손괴 '혐의 없음'일까
형사상 '고의' 입증 어려워
민사소송으로 '원상회복 의무' 물어 비용 청구해야

세입자가 나갈 때의 방 상태 모습. /보배드림 커뮤니티 캡처
원룸을 운영하는 집주인 A씨는 최근 세입자가 도주하며 남기고 간 방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방 안은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A씨가 이 쓰레기방을 치우는 데만 105만 원을 지출했다.
상태는 심각했다. 벽지부터 세탁기, 에어컨, 싱크대, 화장실 변기, 바닥까지 모든 집기가 오물과 쓰레기로 훼손돼 "전부 철거해야 할" 수준이었다. A씨는 지인의 조언을 받아 세입자를 '재물손괴' 혐의로 형사 고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혐의 없음' 처분이었다.
A씨는 "복구 비용이 얼마가 더 들어갈지 답답하다"며 민사상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형사처벌이 불발된 지금, 집주인은 어떻게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혐의 없음' 나온 이유… 고의 입증의 벽
형사 고소가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것은 세입자의 행위에서 재물손괴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형법상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가 성립하려면, 세입자가 '집주인의 재물을 망가뜨리겠다'는 명확한 고의를 갖고 행동했어야 한다.
하지만 법원은 쓰레기방을 만든 행위 자체를 고의적인 손괴 행위가 아닌, 단순한 관리 소홀이나 극심한 부주의로 볼 가능성이 높다. 검찰 역시 집주인이 제출한 방 상태 사진만으로는 세입자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형사재판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을 요구하기 때문에, 의도적인 파괴 행위가 명백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는 원칙이 적용된다.
형사 무죄가 민사 면책은 아니다
형사상 '혐의 없음' 처분이 세입자에게 민사상 책임까지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다. 집주인은 형사 고소와 별개로 세입자에게 강력한 민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에 따라 '원상회복의무'(민법 제654조, 제615조)를 진다. 이는 임차인이 방을 처음 입주했을 때의 상태로 되돌려놓아야 할 계약상 의무다.
세입자가 쓰레기를 방치하고 집기를 훼손한 채 퇴거한 것은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명백한 채무불이행이다. 또한, 고의는 아니었더라도 과실로 집주인에게 손해를 입혔으므로 '불법행위'(민법 제750조) 책임도 성립한다.
집주인이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 범위
집주인은 위 두 가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세입자에게 피해액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
- 원상회복 비용: 쓰레기 처리 비용 105만 원을 포함해, 전부 철거가 필요한 벽지, 세탁기, 에어컨, 싱크대, 화장실 타일, 바닥 등의 교체 및 수리 비용 일체다.
- 영업 손실: 방을 수리하고 청소하는 기간 동안 새 세입자를 받지 못해 발생한 월세 상당의 손해 역시 영업손실로 청구 가능하다.
단, 세입자의 거주 기간을 고려한 '통상의 손모'(일상적인 사용에 따른 자연스러운 노후화) 부분은 손해배상액에서 제외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처럼 전부 철거가 필요할 정도의 훼손은 통상의 손모를 훨씬 초과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현실적인 보상 절차…보증금 공제 후 민사소송
집주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남아있는 임대차보증금에서 이 모든 손해배상액을 공제하는 것이다. 이는 법원 판례로도 인정되는 집주인의 정당한 권리다(대법원 2016다218874 판결).
A씨의 경우처럼 피해액이 보증금을 훨씬 초과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는, 보증금을 전액 공제한 뒤 부족한 금액에 대해 세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민사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A씨는 ▲임대차계약서 ▲입주 당시 방 상태 사진 ▲퇴거 당시 쓰레기방 상태를 명확히 찍은 사진 ▲쓰레기 처리 영수증(105만 원) ▲철거 및 복구에 필요한 수리 견적서 등을 철저히 준비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