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무관' 믿고 '대졸' 거짓말…2년 만에 들통난 사원의 운명은?
'학력무관' 믿고 '대졸' 거짓말…2년 만에 들통난 사원의 운명은?
회사 "업무방해 고소" 으름장…'학력무관' 공고가 구원의 동아줄 될까

'학력무관' 호텔에 허위 학력으로 취업한 A씨. 2년 만에 발각되자 회사는 업무방해로 고소를 예고했다. / AI 생성 이미지
2년 전 ‘학력무관’ 구인 광고를 보고 지원하며 최종학력을 속인 A씨. 뒤늦게 사실을 안 회사가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자, 그는 당시 광고를 찍어둔 사진이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력서 허위 기재는 분명 잘못이지만, 채용 조건이 아니었던 학력이 과연 처벌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과 관련 판례를 통해 쟁점을 짚어본다.
‘학력무관’ 공고 하나 믿었는데…2년 만에 날아온 고소 협박
사건의 시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를 자퇴해 최종학력이 중졸인 A씨는 ‘학력무관, 경력무관, 나이무관’이라는 호텔 구인 광고를 발견했다. 그는 이력서 학력란에 ‘대학교 졸업’이라고 허위로 기재했고,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채용돼 2년간 성실히 근무했다.
하지만 최근 A씨의 실제 학력이 회사에 알려지면서 평온은 깨졌다. 회사는 학력 위조를 문제 삼아 A씨를 고소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는 “학력은 상관없다고 해서 지원했던 것”이라며, 증거로 보관해 온 당시 구인 광고 스크린샷을 손에 쥐고 법률 전문가의 문을 두드렸다.
엇갈린 변호사들,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가 핵심
A씨의 사연에 대해 일부 변호사들은 원론적인 처벌 가능성을 언급했다. 백창협 변호사는 “이력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면 이는 업무방해에 해당합니다. 학력무관이라고 하더라도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경우는 범죄가 됩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일권 변호사 역시 “학력무관 이라고 하였다고 하더라도, 의뢰인이 대학교 졸업 이라고 이력서에 기재해서 입사 하였다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수의 변호사는 A씨에게 유리한 정황이 많아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이력서에 허위 학력을 기재한 것은 기술적으로는 사문서위조에 해당할 수 있으나, '학력무관' 구인광고를 통해 채용이 이루어졌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스크린샷을 보유하고 계신 점은 매우 유리한 정황입니다. 실제로 채용 조건에서 학력이 요구되지 않았고, 업무수행에 학력이 필수요건이 아니었다면 법적 처벌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라고 진단했다.
박성현 변호사도 “이력서에 허위 학력을 기재한 것은 사문서위조나 업무방해죄로 문제될 수 있으나, 해당 구인광고가 "학력무관"이었고 이를 증명할 스크린샷을 보유하고 계시다면 처벌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법원 판결은 누구 편? '회사의 부실 검증' 책임 지적
변호사들이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주된 근거는 과거 법원의 판결에서 찾을 수 있다. 법원은 채용 과정에서 회사의 ‘심사 책임’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판례는 회사가 스스로 자격 요건을 심사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게을리한 책임까지 지원자에게 묻기 어렵다고 본다.
실제로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유사 사건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상대방이 일정한 자격요건 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에 있어서는 신청서에 기재된 사유가 사실과 부합하지 아니할 수 있음을 전제로 그 자격요건 등을 심사·판단하는 것이므로, 그 업무담당자가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의 신청사유나 허위의 소명자료를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하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수원지방법원 2018. 8. 28. 선고 2018고정39 판결). 회사가 스스로 ‘학력무관’이라 공고하고도 학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을 지원자에게만 묻기 어렵다는 취지다.
형사처벌 피해도 해고는?…‘부당해고’ 다툴 여지 있어
형사상 책임을 피하더라도 해고라는 민사적 문제는 남는다. 회사가 허위 이력서를 근거로 A씨를 해고할 경우, 이는 정당할까?
이 역시 다툼의 소지가 있다. 판례는 이력서 허위 기재가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것이 사회통념상 타당한지를 따진다. A씨의 경우 ‘학력무관’이라는 채용 조건과 2년간의 정상적인 근무 사실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유사 사건에서 “사용자가 근로자를 채용하면서 졸업증명서 등 학력에 대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근로자가 수행할 업무에 학력이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점” 등을 들어 학력 허위기재를 이유로 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한 사례가 있다(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16부해1376 결정).
따라서 A씨가 2년간 업무를 문제없이 수행했고 학력이 업무에 필수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통해 복직이나 금전적 보상을 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