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건너다 '쿵'... "보험사기꾼" 몰려 폭행당한 피해자
횡단보도 건너다 '쿵'... "보험사기꾼" 몰려 폭행당한 피해자
적반하장 운전자, 뺑소니 협박하며 강제로 끌고 가…법조계 "명백한 폭행치상"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접촉사고를 당한 보행자가 오히려 운전자에게 보험사기범으로 몰려 폭행까지 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경미한 접촉사고를 당한 보행자가, 오히려 운전자로부터 '보험사기범'으로 몰려 폭행까지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자는 변호사를 통해 400만 원의 합의금을 제시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교통사고와 별개의 폭행치상 혐의가 명백하다며, 형사 고소를 통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 정당한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내 차 얼만 줄 알아?"…피해자를 가해자로 몬 운전자
사건은 지난 3월 27일, 서울 공덕역 앞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시작됐다. 보행자 A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차량 측면과 부딪혔다.
A씨가 괜찮다며 자리를 뜨려 하자, 운전자는 A씨를 가로막으며 "왜 횡단보도를 뛰쳐나오냐", "보험사기 허술하게 치냐"고 고함을 쳤다.
그는 "내 차가 얼만지 아냐"고 위협하며 버스를 타려던 A씨의 손목 옷깃을 강하게 붙잡았다. A씨가 "도망가면 뺑소니로 신고할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 끌려가던 과정에서, A씨는 균형을 잃고 넘어지며 전봇대에 얼굴을 부딪쳤다. 이 사고로 A씨는 팔꿈치에 피가 나고 얼굴에 큰 멍이 드는 상해를 입었다.
블랙박스 속 '3초의 여유'... 명백한 운전자 12대 중과실
법률 전문가들은 사고의 주된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다고 명확히 지적했다. 홍대범 변호사는 "사고 장소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였다면,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으로 운전자의 12대 중과실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직접 확인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앞차가 지나간 후 3초의 여유'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보행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운전자의 과실이 명백하며, 보행자의 과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교통사고와는 별개…'폭행치상' 혐의, 별도 고소해야
이번 사건은 단순 교통사고를 넘어선 별개의 형사 범죄가 결합된 사안이다. 운전자가 A씨를 강제로 끌고 가 상해를 입힌 행위는 '폭행치상죄'에 해당할 수 있다.
홍대범 변호사는 "상대방이 옷깃을 잡고 강제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 넘어져 전봇대에 얼굴을 부딪히고 피가 났다면 이는 '폭행치상' 혹은 '상해'죄에 해당합니다"라고 분석했다.
박현철 변호사 역시 "폭행범죄도 입건되어 조사 중인지 확인하시고, 입건되지 않았다면 별도 고소하시는 것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라며 교통사고와 별개로 폭행 혐의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적극 권고했다.
합의금 400만 원? "오히려 상대방을 고소해야"
운전자 측이 변호사를 통해 제시한 합의금은 400만 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호 변호사는 "눈썹·턱 멍 등 안면부 상해 진단서까지 제출된 상황에서 400만 원은 낮은 금액입니다"라고 평가했다.
조기현 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는 운전자에게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오히려 질문자님이 상대방을 고소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를 상대로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할 상황임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헐값 합의 대신,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을 병행해 정당한 배상을 받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