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강아지 눈이 머는데…'돈 더 줄까봐' 잠적한 견주, 처벌은?
내 강아지 눈이 머는데…'돈 더 줄까봐' 잠적한 견주, 처벌은?
애견유치원 상해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범위와 현실적 해결책을 법률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치료비는 물론 위자료까지 청구 가능하지만, 소송 전 내용증명 발송이 효과적일 수 있다.

애견유치원에 맡긴 A씨의 반려견이 다른 개에게 눈을 물려 실명 위기에 처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사과 한마디 없이 잠적…실명 위기 반려견, 누가 책임지나
애견유치원에 맡긴 반려견이 다른 개에게 눈을 물려 실명 위기에 처했지만, 가해 견주는 사과 한마디 없이 잠적했다. 피해 견주 A씨는 "치료비 이상을 요구할까 봐 무섭다며 유치원 뒤에 숨어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건은 유치원의 다급한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됐다. 병원으로 달려간 A씨가 마주한 것은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반려견과 '안압 이상으로 즉시 대학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었다. 상대 견주의 무책임한 태도에 A씨의 상처는 더욱 깊어졌다.
치료비 넘어 위자료까지…'가족'으로 인정받는 반려견의 권리
법은 A씨와 같은 피해자에게 어떤 권리를 보장할까? 전문가들은 치료비를 넘어선 다양한 손해배상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민법 제759조(동물의 점유자의 책임)는 동물 소유자가 자신의 동물이 타인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다.
법무법인 휘명 김민경 변호사는 "병원 진료비, 약값 등 실제 치료비는 물론, 병원 이동을 위한 교통비, 반려견 치료로 업무에 지장이 생겨 발생한 경제적 손실(휴업손해), 그리고 보호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료비 외 손해를 인정받으려면 구체적인 입증 자료가 필수적이다.
남언호 변호사(법률사무소 빈센트)는 "반려동물도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되는 추세"라면서도 "이동 비용이나 업무 손실까지 배상받으려면 명확한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하며, 판례마다 인정 범위가 다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돈 받고 돌봐줬는데…애견유치원, 책임 피할 수 있나?
이번 사건의 책임은 가해 견주에게만 있지 않다. 돈을 받고 반려견을 돌본 애견유치원 역시 관리·감독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만약 유치원 측이 강아지들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합사했거나, 다툼 발생 시 신속히 제지하지 못하는 등 관리 소홀이 있었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유치원 측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점유자에 갈음하여 동물을 보관한 자'로서 가해 견주와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법원은 애견호텔의 관리 부주의로 반려견이 사망한 사건에서 호텔 측의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소송은 '최후의 수단'…'이것' 하나로 합의 이끌어내는 법
법적 권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소송으로 가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변호사 선임비, 소송 기간 등 유무형의 비용이 배상액보다 커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실익이 적을 수 있다"며 "법무법인 명의의 내용증명(특정 내용을 담아 등기우편으로 발송하는 공식 문서)을 보내 법적 조치를 예고하고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내용증명은 상대방에게 '단순한 감정 싸움이 아닌, 법적 절차의 시작'이라는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최후통첩 역할을 한다.
결국 A씨의 싸움은 법의 영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법은 A씨에게 치료비와 위자료를 청구할 권리를 보장한다. 하지만 어떤 판결문도 '돈을 더 줘야 할까 봐'라는 두려움이 생명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책임을 앞서버린 우리 사회의 씁쓸한 현실까지 치유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