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질투에 휩싸여 전남친을 강간범으로 만든 여자의 거짓말, 법원은 어떻게 간파했나
[단독] 질투에 휩싸여 전남친을 강간범으로 만든 여자의 거짓말, 법원은 어떻게 간파했나
법원 "연인관계 지속 정황, 고소 동기에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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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자친구를 강간범으로 고소한 여성이 ‘허위 진술’ 의혹 끝에 패소했다. /셔터스톡
전 남자친구가 직장 동료 여성과 희희낙락하는 모습에 질투심이 폭발한 여성은 그를 강간범으로 몰았다. 식당에서 강제로 입을 맞추고, 19번에 걸쳐 직장에서 추행했으며, 노래방에서 강간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모든 주장을 배척하고 남자친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 남자를 성범죄자로 낙인찍을 뻔했던 위험한 고소는 왜 법의 문턱을 넘지 못했을까.
"오라버니, 왜 어린 여자에게 껄떡거리나요?"…의심으로 시작된 고소
사건의 발단은 질투였다. 마스크 제조 사업단에서 함께 일하던 남성 A씨와 피해자 B씨는 한때 연인이었다. B씨는 2021년 8월에 헤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22년 10월, A씨가 다른 여성 동료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B씨가 목격하면서 터져 나왔다. B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왜 여성 동료 편만 드느냐", "난 악녀고, 여성 동료는 착하고 예뻐서 그러냐"며 격하게 따졌다.
분노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이어졌다. B씨는 A씨를 '오라버니'라 부르면서도 "여자가 노리개로 그리 쉬우니", "의리 없는 상습범으로 보인다"며 A씨의 여성 편력을 맹비난했다.
A씨가 연락을 피하자, B씨의 분노는 고소로 향했다. B씨는 "그 노래방에서 우연히 닦아가지고 가져온 거 있어. 너, 가만 안 있어", "정액이 나에게 보관 중이란 걸 모르시나요?"라며 노래방에서의 성관계를 문제 삼기 시작했고, 결국 "경찰에 고발하겠다"며 A씨를 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흔들리는 진술, 어긋나는 정황
검찰은 B씨의 진술을 근거로 A씨를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송중호)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피해자의 진술보다 피고인의 무죄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결정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헤어졌다'는 진술과 배치되는 연인 정황
재판부는 두 사람이 나눈 통화 녹음과 메시지 내용을 근거로, B씨가 주장하는 범행 시점에도 두 사람이 여전히 연인 관계를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여자관계를 질책하며 계속 메시지를 전송하고, 피고인은 이에 해명하는 대화 패턴", "피고인을 부르는 '오라버니' 호칭" 등을 근거로 "2022년 10월 23. 무렵까지도 내연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헤어진 사이가 아니라, 연인 간의 다툼과 질투에서 비롯된 고소일 수 있다는 의심이 제기된 것이다.
2. 목격자 없는 강제 입맞춤과 비현실적인 19번 추행
B씨는 식당에서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A씨가 강제로 입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동석했던 동료들은 법정에서 "입맞춤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9개월간 마스크 검수실에서 19차례나 추행당했다는 주장 역시 신빙성을 얻지 못했다. 재판부는 "마스크 검수실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이 아니고, 큰 소리로 저항할 경우 즉시 발각될 위험이 높은 곳"이라며 "이러한 위험에도 9개월간 19회에 걸쳐 오로지 해당 장소에서만 추행했다는 점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반복되는 추행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부에 알리거나 피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점도 이례적이라고 봤다.
3. 오락가락하는 강간 피해 진술과 의심스러운 고소 동기
결정적으로 노래방에서 강간당했다는 진술의 핵심적인 부분이 계속해서 바뀌었다. B씨는 처음엔 '서서 노래 부르는데 뒤에서 덮쳤다'고 했다가, 경찰 조사에서는 '탁자 위로 엎어뜨린 후 강간했다'고 말을 바꿨다.
법정에서는 다시 '앉아있던 피고인이 서 있는 나를 끌어당겨 주저앉힌 후 성관계를 했다'는 등 진술이 오락가락했다. 재판부는 "핵심적인 부분에 있어 세부 묘사가 부족하고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특히, B씨가 강간 증거로 제출한 '정액 묻은 휴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일상적인 성관계 후 습관적으로 뒤처리를 하고 무의식 중 수거해온 행위의 일종으로 해석도 가능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가 직장 내에서 다른 동료를 괴롭힌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게 되자, 자신을 조력해주지 않은 A씨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목적으로 과거의 합의된 성관계를 '강간'으로 과장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참고]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제1형사부 2023고합131 판결문 (2024. 9. 20.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