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쿵 했는데 75만원"…보험 사각지대 운전자의 눈물
"살짝 쿵 했는데 75만원"…보험 사각지대 운전자의 눈물
경미한 접촉사고에 '범퍼 전체 교체' 요구…무보험 운전자, 75만원 합의와 100만원 벌금 사이 '딜레마'

아버지 차로 후진 중 경미한 접촉사고를 낸 A씨는 무보험 운전자로, 75만원 합의와 100만원 벌금 사이 '딜레마'에 빠졌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후진하다 '쿵', 75만원 청구서 날아와…아버지 차 보험 믿었다가 '무보험' 날벼락 맞은 A씨의 사연
75만 원. 후진하다 주차된 차를 살짝 스쳤을 뿐인데 날아온 수리비 청구서에 A씨는 눈을 의심했다. 블랙박스에도 희미할 만큼 경미한 접촉이 악몽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설상가상, 믿었던 아버지의 자동차 보험마저 A씨를 외면했다. 운전자 범위가 '부부 한정'으로 묶여 A씨는 보장 대상에서 제외된, 완벽한 '무보험 운전자' 신세가 된 것이다.
사건은 병원 입구에서 시작됐다. 후진하던 A씨의 차량이 주차된 차의 후측면과 맞닿았다. A씨는 즉시 차에서 내려 공손히 사과했지만, 상대 차주는 차량의 기존 흠집까지 사고 탓으로 돌렸다.
A씨가 억울한 마음에 20만 원의 합의금을 제안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상대 차주는 다음 날 수리비 30만 원에 렌트비 30만 원, 총 60만 원을 요구했다. A씨가 합의금을 30만 원까지 올렸지만 상대방은 거부했고, 결국 범퍼 전체를 교체했다며 수리비 75만 원을 내놓으라고 통보한 뒤 경찰에 사고를 접수했다.
"벌금보다 낫다"…울며 겨자 먹기 '합의' 권하는 변호사들
일부 변호사들은 형사처벌 가능성을 들어 '울며 겨자 먹기'식 합의가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무보험 운전이기에 상대방 요구대로 75만 원에 합의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며 "합의 실패 시 약식기소로 1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고, 민사적으로도 75만 원을 배상해야 할 수 있다"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약식기소란 검사가 정식 재판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 법원에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캡틴법률사무소 박상호 변호사 역시 "안타깝지만 상대방 요구 금액으로 원만히 합의하는 편이 낫다"며 합의를 통해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을 노려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당함에 맞서라"…'적극 대응' 주문하는 변호사들
반면, 부당한 요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과도한 수리비와 렌트비 요구는 부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고 전부터 있던 손상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도 "경찰이 언급한 처벌 가능성을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 없다"며 "실제 손해 정도와 합의 노력을 입증하면 형사처벌 위험은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집현전 김묘연 변호사는 "합의금은 최초 제안한 30만 원이면 충분해 보인다"며 "경찰 조사 시 블랙박스 영상으로 사고의 경미함을 입증하고 상대방의 과도한 요구를 적극 알려야 한다"고 구체적인 대응법을 제시했다.
75만원 합의냐, 100만원 벌금이냐…'보험 범위' 확인이 최선의 예방책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실제 발생한 손해'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달려있다. 법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은 사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한정된다. A씨의 경우 블랙박스 영상처럼 사고의 경미함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한 것이 중요하다. 합의가 결렬돼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이는 민사상 배상 책임과는 별개다. A씨는 민사 절차를 통해 실제 손해액만 배상할 수도 있다.
이번 사례는 경미한 사고가 운전자에게 얼마나 큰 법적·경제적 딜레마를 안길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타인의 차량을 운전하기 전, 반드시 자동차 보험의 '운전자 한정 특약' 범위를 확인해 자신이 보장 대상에 포함되는지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간단한 확인 절차 하나가 예기치 못한 분쟁과 금전적 손실을 막는 최선의 방패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