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실명 공개했는데 '누군지 몰라'…경찰·검찰이 각하한 내 고소, 되살릴 수 있나?
얼굴·실명 공개했는데 '누군지 몰라'…경찰·검찰이 각하한 내 고소, 되살릴 수 있나?
온라인서 인플루언서에 집단 공격당해…'특정성 부족' 불송치에 이의신청도 하루 만에 '각하'

온라인에서 인플루언서와 추종자들에게 집단 인신공격을 당한 A씨가 실명, 얼굴, 거주지까지 공개했으나, 경찰과 검찰은 '피해자 특정성' 부족을 이유로 고소를 기각했다. / AI 생성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플루언서와 논쟁을 벌인 A씨. 이후 인플루언서와 그를 따르는 이들에게서 무차별적인 명예훼손과 모욕성 발언에 시달려야 했다.
A씨는 비방이 심해지자 자신의 프로필을 기존 닉네임에 실명, 거주지, 얼굴 사진까지 더해 바꿨다. 하지만 16명을 고소하자 경찰은 "사건 성립이 안 된다"며 2명만 고소하라고 압박했고, 검찰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루 만에 기각했다.
수사기관의 벽에 부딪힌 A씨. 억울한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은 없는 걸까?
얼굴·실명·거주지까지 공개했는데…경찰 "사건 안돼"·검찰 '하루만에 각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플루언서와 공개적인 논쟁을 벌인 A씨는 이후 인플루언서와 그의 추종자들로부터 집단적인 인신공격을 당했다. A씨가 차단당한 상황을 모르던 중, 이를 본 가족이 알려주면서 사태를 파악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의 프로필을 기존 닉네임에서 성을 뺀 실명, 거주지, 본인 얼굴 사진으로 교체했다. 커뮤니티 이용자 다수가 이 사실을 인지했고 "고소하려고 바꿨다"는 말까지 나왔다. A씨와 해당 인플루언서는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신상을 알던 사이였다.
A씨는 가해자 16명을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접수 이틀 만에 A씨를 불러 "사건 성립이 안 된다", "시간 낭비인 사건"이라며 14명을 빼고 2명만 진행하자고 압박했다. 지친 A씨는 2명만 고소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결국 바뀐 담당 수사관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은 검찰에서 '특정성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됐다. 경찰은 기다렸다는 듯 사건을 불송치(각하) 처분으로 종결했다. A씨는 새 자료를 첨부해 이의신청했지만,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은 지 하루 만에 모든 건에 대해 '각하'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 특정성'의 벽…닉네임과 정황만으론 안 되나
경찰과 검찰이 '사건이 안 된다'고 본 핵심 이유는 '피해자 특정성'이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문제의 발언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제3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요건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수사기관의 판단이 지나치게 좁은 해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조이 윤관열 변호사는 "반드시 게시글 자체에 실명이 적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닉네임과 기존 활동내역, 프로필 정보, 논쟁의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특정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도 법원은 실명이 명시되지 않더라도 주위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그 표현이 누구를 지목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 특정성을 인정한다.
특히 A씨의 경우 ▲논쟁 중 프로필을 실명·얼굴 사진 등으로 바꾼 점 ▲다른 이용자들이 이를 인지하고 '고소하려나 보다'고 언급한 점 ▲가해자 중 일부는 원래 A씨의 신상을 알던 사이라는 점 등은 특정성을 입증할 유력한 정황이 될 수 있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이용자들이 프로필 변경 사실을 인식하면서 고소를 위한 변경이라고 언급했다면 게시물의 대상이 누구인지 제3자가 인식할 수 있었다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하루 만에 각하' 통보…포기하지 않으려면
결론부터 말하면, 검찰의 '각하' 처분이 내려졌다고 해서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변호사들은 불복 절차를 밟거나, 2차 고소 사건에 집중하는 등 대응 방법이 남았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불송치와 각하가 곧 무혐의의 확정은 아니다"라며 "핵심은 같은 사실관계를 반복하기보다 특정성, 공연성, 비방 목적, 게시 시점과 맥락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우선 A씨는 검찰의 각하 처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관할 고등검찰청에 '항고'를 제기해 불복할 수 있다. 법무법인 도진 배한진 변호사는 "항고 기간을 확인한 후 대응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고장에는 검사가 이의신청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신속히 각하 처분한 점을 지적하고, 각 게시물별로 특정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수열 변호사는 "관련 증거를 최대한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직 사건번호가 나오지 않은 2차 고소는 1차 사건과 별개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케이앤디법률사무소 한수연 변호사는 "2차 고소장에는 피고소인들이 프로필 변경 사실을 인지하고 발언한 정황을 시간순으로 명확하게 캡처하여 첨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