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5개월 밀린 세입자가 숨지자…어머니 “보증금은 현금으로 주세요”, 괜찮을까?
월세 5개월 밀린 세입자가 숨지자…어머니 “보증금은 현금으로 주세요”, 괜찮을까?
세입자 빚 많아 상속포기 가능성…섣불리 돈 내줬다간 '이중지급' 책임질 수도

월세를 미납하고 사망한 세입자로 인해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 문제로 고민 중이다. / AI 생성 이미지
5개월치 월세를 미납한 세입자가 사망했다. 집주인 A씨는 이제 막 사망 사실을 알게 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사망한 세입자는 미혼으로, 상속인으로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입자에게 빚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A씨는 고민에 빠졌다. 세입자의 여동생이 자기 계좌로 보증금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1순위 상속인인 어머니가 보증금을 현금으로 직접 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어머니가 나중에 상속을 포기하면 어떻게 될까? A씨는 보증금을 섣불리 내줬다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까 걱정이다. 이럴 때 가장 안전한 보증금 반환 방법은 무엇일까?
5개월 월세 미납 세입자의 사망, 남은 보증금은 누구에게
A씨의 세입자는 5개월치 월세를 내지 못한 채 지병으로 사망했다. 세입자는 미혼이었고, 상속인으로는 어머니 B씨와 여동생 C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증금 반환 과정에서 불거졌다. 세입자에게 채무가 많다던 C씨는 A씨에게 자신의 계좌로 보증금을 입금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했다. 법적으로 1순위 상속인은 B씨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B씨가 계좌이체 대신 현금으로 보증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향후 B씨가 아들의 빚 때문에 상속을 포기할 경우를 우려해 선뜻 돈을 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금 지급은 절대 금물”…어머니가 상속 포기하면 '이중 지급' 위험
변호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현금 지급은 매우 위험하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세입자의 어머니가 나중에 상속을 포기할 경우, 집주인이 보증금을 이중으로 지급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세입자의 채무가 많아 어머니가 추후 상속을 포기한다면 법적으로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집주인은 정당한 권리자가 아닌 자에게 돈을 내어준 것이 되어, 향후 진짜 권리자나 다른 채권자들로부터 보증금 이중 반환 청구를 받을 위험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은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이라며 “현시점에서 어머니가 향후 상속포기를 하면 보증금 수령 자격이 소급하여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 역시 “계좌이체와 달리 현금 지급은 지급 사실과 수령인을 입증하기 어려워 향후 분쟁 시 임대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현금 지급을 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장 안전한 해법은 '변제공탁'…분쟁에서 벗어나는 길
변호사들은 집주인 A씨가 법적 분쟁에서 벗어날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변제공탁’을 제시했다. 변제공탁은 채무자가 정당한 채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 등에 법원에 돈을 맡겨 채무를 면하는 제도다.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는 “상속 관계가 불확실하고 채무 상황이 복잡한 경우 변제공탁을 하면 임대인으로서 보증금 반환 의무를 적법하게 이행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이후 상속인들 간의 분쟁이나 채권자 문제는 공탁금 출급 과정에서 정리되므로 임대인이 이중 지급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탁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보증금에서 밀린 5개월치 월세 등 집주인이 받을 돈을 먼저 빼야 한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미납 월세, 관리비, 원상회복비 등을 정산한 뒤 잔액만 변제공탁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공제할 금액을 모두 뺀 나머지 보증금을 법원공탁소에 맡기고 그 사실을 상속인들에게 알리면, A씨의 보증금 반환 의무는 법적으로 모두 이행된 것으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