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망하게 할 것' 내용증명, 공갈죄가 될까?
'사업장 망하게 할 것' 내용증명, 공갈죄가 될까?
합의금 1000만원 요구하며 압박… 경찰은 '접수 거부'

보복운전 후 거액의 합의금을 거절하자 '사업장을 망하게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받은 A씨가 공갈·협박으로 고소하려 했으나 경찰이 접수를 거부했다. / AI 생성 이미지
보복운전 사건 이후 1000만 원의 합의금을 거절하자 '사업장을 망하게 한다'는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허위 사실로 가득한 편지로 공포에 떨었지만, 경찰은 '변호사를 선임해 죄를 찾아오라'며 고소장 접수조차 거부했다.
과연 정당한 권리 행사와 불법적인 공갈 협박의 경계는 어디일까. 변호사들의 의견을 통해 법적 쟁점을 짚어본다.
'사업장 망하게 할 것'…보복운전이 부른 내용증명 폭탄
사건의 발단은 도로 위의 시비였다. 상호 보복운전으로 A씨는 검찰에서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상대방은 A씨에게 합의금 1,000만 원을 요구했으나,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상대방은 A씨의 이름과 사업장 주소까지 알아내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A씨의 사업장으로 날아온 한 통의 내용증명 때문이었다. 해당 내용증명에는 “벌금형 전과자가 될 것이며, 해외 비자 발급이 불가할 것”, “형사 사건에 연루된 점주는 사업장 프랜차이즈 운영을 못 할 수도 있다”며 만약 피해 회복을 하지 않을 경우 “사업장 압류 등 강제 집행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내용증명에 담긴 13개 문장이 한 문장마다 반박이 가능할 정도로 과장되거나 실제로 하지 않은 일들로 채워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선임해 죄 찾아오라'…경찰의 황당한 접수 거부
A씨는 부당한 합의금을 노리고 허위 사실로 공포심을 조장했다며 상대방을 공갈, 협박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차가운 외면이었다.
A씨에 따르면, 3명의 형사가 번갈아 가며 “협박 정도로 보이지 않고 그냥 할 수 있는 이야기 같다”며 고소장 접수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한 형사는 “그럼 이 내용증명에 아무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는 말이냐”는 A씨의 물음에 “내가 변호사가 아니니, 변호사를 선임해서 그 죄를 찾아오세요”라며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생업을 뒤로 하고 세 번 넘게 경찰서를 찾았지만, 문턱조차 넘지 못한 A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권리행사 vs 공갈협박, 변호사들의 의견은?
변호사들은 내용증명 발송 행위 자체를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신중한 의견을 내면서도, 그 수위와 방법에 따라 공갈죄 성립 가능성을 열어뒀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내용증명에서 벌금형, 비자, 프랜차이즈 운영, 압류 등을 언급한 부분은 일부가 법적 절차 설명처럼 포장될 수 있어, 수사기관이 소극적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한강 김전수 변호사 역시 “질문자님이 느끼신 압박감과 실제 형사범죄 성립 여부는 별개의 문제로 판단된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정당한 권리 행사라도 수단이 사회통념을 넘어 두려움을 주고 재물을 요구했다면 공갈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며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허위 사실로 생업에 직접적인 공포심을 유발했다면 공갈미수나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즉, 내용증명의 내용이 단순한 권리 고지를 넘어 허위 사실과 결합해 금전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쓰였다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고소장 접수 거부'는 위법…이렇게 대응하라
경찰의 고소장 접수 거부 문제에 대해서는 변호사들 모두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법률사무소 청원 최원석 변호사는 “고소권자인 질문자분이 고소장을 제출하면 경찰은 이를 수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두로 상담하는 방식이 아닌 정식 고소장을 서면으로 제출하면, 접수 거부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편율 신상의 변호사 역시 서면 고소장 제출을 통해 접수번호를 확보하고, 만약 그래도 거부될 경우 “청문감사관실 민원이나 국민신문고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경찰의 소극적인 태도에 좌절하기보다, 법리적으로 탄탄하게 구성된 서면 고소장을 통해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하는 절차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