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도 쓴 '양두구육'…대법 "정치 영역에서 썼다면 모욕죄 처벌 안 돼"
이준석도 쓴 '양두구육'…대법 "정치 영역에서 썼다면 모욕죄 처벌 안 돼"
양두구육 등 표현 써가며 고영주 이사장 비판한 전 광주 MBC 사장
모욕죄 혐의⋯1·2심 벌금 50만원 선고유예
대법원 "다시 판단하라"…무죄 취지 파기환송

언론이나 정치적 영역에서 상대방을 비판할 때 양두구육·철면피·파렴치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를 더 강조한다는 취지다. /연합뉴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을 SNS에서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에게 내려진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25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 전 사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송 전 사장은 한국피디(PD)연합회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7년 7월 자신의 SNS에 고 전 이사장이 고발됐다는 기사를 올렸다. 그러면서 고 전 이사장에 대해 "간첩 조작질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 매카시스트,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름)"이라고 표현하며 "역시 극우부패세력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라고 기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송 전 사장에게는 모욕 혐의가 적용됐다.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여 사회적 평가를 해하는 경멸적인 표현을 했을 경우 성립한다. 처벌 수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이다(형법 제311조).
1심 재판부는 송 전 사장에게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를 판결했다. 선고유예란 죄는 인정되지만 선고를 미룸으로써 2년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선고 자체가 없던 일이 된다.
재판부는 송 전 사장이 쓴 '간첩조작질' 등의 표현에 대해 "비속어는 아니지만 고소인(고 전 이사장)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는 인신공격적 표현"이라며 "고소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다만 '간첩조작질'이란 표현에 대해선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기 때문에 모욕죄에서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송 전 사장이 쓴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역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는 건 인정했다. 다만 송 전 사장을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봤다. 모욕적 표현을 사용했어도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된 경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그 근거였다.
이에 따라 송 전 사장이 고 전 이사장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의견을 SNS에 올리며 일부 모욕적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여기엔 당시 송 전 사장이 MBC 경영진과 대립 관계인 MBC PD협회 협회장이었고, 고 전 이사장의 MBC 경영진 비호를 지적하기 위해 글을 올렸다는 점이 고려됐다.
또한 '양두구육', '철면피', '파렴치'는 정치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언론이나 정치 영역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할 때 흔히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했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의 일명 '내부총질' 텔레그램 문자가 공개됐을 때 '양두구육'이란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극우부패 세력' 표현도 비유적으로 사용된다는 점도 언급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정치적 영역과 비교해 정치적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는 더 강조된다는 점을 밝힌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송 전 사장은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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