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0개월 받고도 석방…'쌍집행유예' 금지, 숨은 예외 찾은 판사의 묘수
징역 10개월 받고도 석방…'쌍집행유예' 금지, 숨은 예외 찾은 판사의 묘수
법원, '선고 확정 전 범행' 예외 조항 활용해 피해 변제 기회 부여…법조계 '피해자 구제와 법 원칙 조화시킨 정교한 판결'

1억 원대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법정 구속되지 않았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실형 선고 직후 판사의 마지막 질문, 피고인은 왜 구속되지 않았나
1억 원대 사기 혐의로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구속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미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였기에 실형은 불가피했지만, 판사의 마지막 질문 하나가 그의 운명을 갈랐다. 이는 법 원칙을 깬 파격이 아닌, 법에 숨겨진 예외를 찾아낸 판사의 정교한 법 적용의 결과였다.
실형인데 석방?…'쌍집행유예' 금지 원칙의 숨은 예외
피고인 A씨는 피해자에게 1억 3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 중 7천만 원을 갚고 피해자로부터 처벌불원 의사까지 받았지만, 문제는 그가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집행유예 기간 중 저지른 범죄는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는 '쌍집행유예 금지' 원칙이 적용된다. 검찰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하며 법정구속이 확실시된 이유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의 숨은 예외를 찾아냈다. 형법은 집행유예가 '확정된 후' 저지른 범죄에 대해 다시 집행유예를 금지한다.
반면 A씨의 이번 사기 범행은 이전 범죄의 집행유예가 '확정되기 전'에 저질러진 것으로, 법리적으로는 다시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한 경우였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하면서도 A씨를 구속하지 않음으로써, 법이 허용한 길을 열어주었다.
"빚 갚을 기회를 주겠다"…항소심 향한 판사의 '정교한 설계'
선고 직후 판사는 A씨에게 "앞으로의 변제계획이 어떻게 됩니까?"라고 물었다. A씨가 "직장을 구해 피해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하자, 판사는 "꼭 변제를 하도록 하라"고 당부하며 그를 돌려보냈다. 이는 단순한 당부가 아닌, 항소심 재판부를 향한 명백한 '시그널'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한 법조인은 이를 두고 1심 재판부가 A씨를 구속하는 대신 사회에 남겨두는 편이 남은 6천만 원의 피해를 회복하는 데 더 이롭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피고인에게 피해를 변제할 시간을 줄 테니, 항소심에서 이 노력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해달라'는 메시지를 불구속 결정으로 전달했다는 해석이다. 재산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양형 요소인 '피해 회복'을 위한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피고인에게 던져진 마지막 기회…항소심, 집행유예 가능할까
이제 공은 A씨에게 넘어왔다. 그가 항소하지 않으면 징역 10개월 형이 확정돼 수감된다. 집행유예를 받을 유일한 길은 항소 후 남은 피해액 6천만 원을 모두 갚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는 것이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사가 설계한 '기회의 시간' 동안 A씨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살필 전망이다. 판사의 마지막 질문은 법 원칙과 현실적 정의 사이에서 피해자 구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현명한 판단이었다. 이제 피고인 스스로가 그 기회를 잡을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