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관리비 고지서가 80명 단톡방에…사무실 침입부터 사생활 유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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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관리비 고지서가 80명 단톡방에…사무실 침입부터 사생활 유포까지

2025. 12. 09 15:0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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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무단 침입해 빼낸 고지서로 개인정보 유포…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 두고 변호사들 의견 엇갈려

한 직장인의 책상 위 고지서에서 빼낸 개인정보와 비공개 SNS 사진이 80명 단톡방에 유포됐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책상 위 고지서 한 장이 불러온 악몽, 80명 단톡방에 퍼진 내 사생활은 어떤 범죄가 될까?


어느 날 자신의 주소와 생년월일, 심지어 비공개 SNS 사진까지 80명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이 끔찍한 상상은 한 직장인의 현실이 됐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사무실 책상 위 관리비 고지서 한 장이었다.


책상 위 고지서 한 장, 80명 단톡방에 뿌려졌다


사건의 피해자 A씨는 자신의 사무실에 누군가 무단으로 침입해 관리비 고지서를 훔쳐간 사실을 파악했다. 피고소인은 이 고지서를 통해 A씨의 주소와 생년월일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손에 넣었다.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소인은 약 80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A씨의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했다.


심지어 A씨가 지인들만 볼 수 있도록 설정해 둔 비공개 인스타그램 사진까지 무단으로 캡처해 유포했다. 채팅방에서는 A씨와 그 가족에 대한 비방과 조롱이 이어졌다.


A씨는 고소장에서 "피고소인의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형법상 모욕, 비밀침해, 주거침입 및 개인정보보호법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중히 처벌해달라"고 호소했다.


"명백한 복합 범죄" vs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아냐"…변호사들 시선도 '극과 극'


이 사건을 접한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복합적인 범죄 혐의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박상호 변호사(캡틴법률사무소)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건조물침입, 명예훼손, 모욕 등 명백히 범죄행위에 해당되는 사안"이라고 단언했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 역시 "단체 채팅방을 통해 다수에게 유포한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A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존재했다. 김민후 변호사(법무법인 선)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주로 업무상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개인정보처리자'(예: 기업, 공공기관)에게 적용되는데, 이번 사건의 피고소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사인이므로 법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심리적 불안 조성'은 별도 죄명보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피해 정도를 설명하는 부분으로 녹이는 것이 적절하다"며 고소 전략에 대한 조언을 덧붙였다.


주거침입 3년·개인정보유출 5년…최대 형량은?


법적 분석에 따르면 피고소인의 행위는 여러 법 조항에 저촉될 수 있다. 우선 타인의 개인정보를 권한 없이 유출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80명이 참여한 채팅방은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허위사실 적시 시 최대 7년 징역)나 형법상 모욕죄(최대 1년 징역) 적용도 가능하다.


특히 사무실에 몰래 들어간 행위는 형법상 주거침입죄(최대 3년 징역)에, 비공개 SNS 게시물을 기술적 수단으로 알아내 유포했다면 비밀침해죄(최대 3년 징역)까지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개인정보를 '이미 공개된 정보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 즉, 피고소인이 A씨의 주소를 다른 경로로도 알 수 있었다고 주장하더라도, 고지서를 통해 불법적으로 취득하고 유포한 행위 자체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명예훼손의 '비방할 목적'은 표현 방식과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도3517 판결).


결국 이 사건은 사무실 침입이라는 물리적 범죄와 개인정보 유출, 명예훼손이라는 디지털 범죄가 결합된 신종 '사생활 약탈'의 단면을 보여준다. 수사기관이 어떤 법리를 적용해 기소하고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따라, 디지털 시대의 사생활 보호 범위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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