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의 '나 홀로' 합의서 작성…변호사들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범죄 피해자의 '나 홀로' 합의서 작성…변호사들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2021. 07. 14 12:30 작성2021. 07. 14 12:35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가해자와 합의 앞둔 피해자⋯혼자 힘으로 작성해야 하는데 고민

"어떤 내용을 꼭 기재해야 할까⋯혹시 주의할 사항은?"

변호사들 "가장 중요한 건 합의금 부분"⋯합의하기 어려운 사항도 있다는 점 알아야

혼자서 합의서를 작성해야 하는 범죄 피해자. 합의서에 꼭 기재할 내용은 무엇이고, 조심해야 할 사항이 있을지 몰라 걱정이 된다. 어떻게 하면 혼자서도 합의서를 잘 작성할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가해자 A씨와 합의를 앞둔 피해자 B씨. 앞서 A씨는 "B씨가 원하는 내용으로 합의서를 작성하겠다"며 용서를 구했다.


합의에 응하기로 했지만, B씨는 합의서 작성 날짜가 다가올수록 고민이 커진다.


합의서에 꼭 기재할 내용은 무엇이고, 조심해야 할 사항이 있을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지만 B씨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 어떻게 하면 혼자서도 합의서를 잘 작성할 수 있을까.


로톡뉴스는 대한변협에 등록된 형사법 전문 변호사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변호사들은 "합의서 작성 시, 합의금을 꼭 받는 것이 우선순위"라면서도 "피해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해자에게 요구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하라"고 말했다.


중요 사항 1. 합의금은 즉시 지급이 원칙

먼저 합의서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다. 기본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 △합의하는 사건 내용 △합의금 △(사건이 재판에 넘겨졌다면) 사건 번호를 넣으면 된다.


변호사들은 이 중에서 '합의금', 특히 합의금 받는 날짜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혹 가해자가 합의금을 준다고 약속을 하고선 주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합의서를 작성하는 날에는 합의서 작성(①)뿐 아니라 가해자에게 합의금까지 받아야 한다(②)고 말했다. 이 두 가지를 완료해야 합의서 작성이 끝나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해밀의 박지용 변호사가 제공한 샘플 합의서다. 박 변호사는 "해당 합의서는 하나의 예시이기 때문에 참고용으로 활용하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법률사무소 해밀의 박지용 변호사가 제공한 샘플 합의서다. 박 변호사는 "해당 합의서는 하나의 예시이기 때문에 참고용으로 활용하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법률사무소 해밀의 박지용 변호사는 "합의서에 합의금을 받을 피해자 측 계좌번호와 함께 '합의서 작성 시, 합의금 즉시 지급' 문구를 넣어라"며 "만약 가해자 측이 합의서를 작성해온다면 합의금 지급 기일이 언제인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합의금을 못 받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실무에서는 보통 먼저 합의금을 받고 합의서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가급적 처벌불원서와 합의금 전부를 동시에 교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나중에 합의금을 받기로 했다면, 합의서를 '공증' 해두면 좋다.


중요 사항 2. 합의를 어길 시 '불이익' 기재

변호사들은 가해자가 합의 사항을 어겼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될지에 대해서도 합의서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피해자에게 접근금지'라는 내용으로 합의했는데 가해자가 이를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면 쉽게 깨질 수 있다.


박지용 변호사는 "약속을 어기면 합의를 무효로 하거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힐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넣어 대비하라"고 했다. 다만, 별도의 약정이 없는 이상 합의가 무효가 되면 합의금은 가해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합의도 일종의 계약이고, 계약이 무효가 되면 합의금을 반환해야 하는 것이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해밀의 박지용 변호사, 법률사무소 더엘의 박준제 변호사. /로톡DB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해밀의 박지용 변호사, 법률사무소 더엘의 박준제 변호사. /로톡DB


법률사무소 더엘의 박준제 변호사도 합의 사항을 어겼을 시 '불이익'을 빼놓지 말라고 했다. 그는 "가해자가 약속을 어겨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빼놓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추후 발생할 상황을 위해 합의서 원본은 갖고 있어야 한다. 합의서 내용을 근거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준제 변호사는 "향후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추가 합의는 피해자에게 중요한 내용"이라며 "똑같은 내용의 합의서 원본을 2부 작성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각각 보관하는 게 좋다"고 했다.


피해자가 원해도 현실적으로 합의가 어려운 사항도 있다

변호사들은 현실적으로 합의서에 담기 어려운 내용도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가해자와 마주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요구하는 경우다. 이에 대해 박지용 변호사는 "가해자가 동의한다면 가능하지만 강요할 수는 없는 사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가해자와 합의했을 경우 참고할 만한 기재사항을 조언했다. 예를 들어, 대학교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이라면 "가해자는 군대에 갔다 온다" "피해자가 재학 중에는 가해자는 복학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 이었다.


박준제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합의 조건으로 '가해자의 공개 사과'를 꼽았다. 이는 가해자의 범죄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해자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박 변호사는 "특히 성범죄 같은 경우, 가해자가 공개 사과했다가 사회생활이 끝날 수 있다"며 "이런 조건으로는 현실적으로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