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으로 1억 6천만 원 사기당한 뒤, 나도 모르게 ‘전달책’으로 가해자 돼
보이스피싱으로 1억 6천만 원 사기당한 뒤, 나도 모르게 ‘전달책’으로 가해자 돼
피해액이 존재하므로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 가능
설령 무죄 인정 안 되더라도 중요한 감경 요소 될 수 있어

보이스피싱 피해자인 A씨가 자기도 모르게 전달책으로 이용당해 가해자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셔터스톡
A씨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1억 6천만 원을 사기당했다. 그런데 A씨의 불운이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큰돈을 사기당하고 넋이 나가 있던 A씨는 자기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이용당해, 피해자 1명에게 1억 3천만 원 정도의 손해를 입힌 것이다.
이 때문에 A씨는 최근 보이스피싱 가해자로서 1차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피해자로서 경찰 조사도 요청했다.
설상가상의 어려움에 빠진 A씨는 사기당한 돈을 되찾을 수 있을지, 또 가해자로서 ‘고의 없음’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변호사에게 자문했다.
변호사들은 A씨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상황이기에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법률사무소 가호 이진채 변호사는 “A씨에게 가해자와 피해자의 지위가 혼재되어 있는 만큼 추후 수사에 대비해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 김경태 변호사도 “A씨의 경우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라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법적 대응이 매우 복잡할 수 있다”며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겠다” 고 말한다.
변호사들은 특히 A씨가 가해자가 된 것에 대해 ‘범죄의 고의’가 없음을 주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A씨가 피해자 겸 가해자 신분이라면 수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보이스피싱임을 알지 못하였다는 주장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상산 송동민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범행의 가해행위를 했더라도 보이스피싱 범행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검찰과 법원에서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의자 및 피고인의 ‘범죄의 고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A씨에게 사기방조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따라서 ‘범죄의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A씨가 사기당한 돈은 범인을 검거한다 해도 회수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봤다.
김경태 변호사는 “A씨가 1억 6천만 원의 손해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상 실제 범인을 검거하기 어렵고, 검거되더라도 피해금 회수율이 낮은 편”이라고 짚었다.
“다만 경찰 수사를 통해 범인이 검거되고 자산이 확보된다면 일부라도 보상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변호사들은 A씨의 가해 부분에 대해서는 무혐의 주장이 가능하다고 봤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실무상 전달책의 경우 무죄 주장이 어려울 수 있지만, A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며 “피해액이 존재하므로 사기의 고의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도 “A씨가 1억 6천만 원을 사기당한 부분을 중심으로 주장하면, 전달책 가해 부분에 대해 무혐의 주장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는 “수사기관과 법원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데, 이런 일을 겪는 사람에게 모질게 대하지 않을 것이니 적극적으로 무죄 주장을 해 대처하라”고 부연했다.
설령 무혐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중요한 감경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태 변호사는 “A씨가 처음엔 피해자였고, 이후 전달책의 역할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가담하게 되었다는 점은 중요한 감경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경우 법원은 주로 A씨가 처음엔 피해자였다는 점, 전달책 역할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 가담 정도와 기간, 실제 얻은 이익의 유무와 정도, 자발적 신고 여부, 반성의 정도 등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A씨가 전달책으로 가담한 사건의 피해자와 합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