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간부, 회식서 "뽀뽀해봐"…심지어 그는 성희롱 예방 책임자였다
고용노동부 간부, 회식서 "뽀뽀해봐"…심지어 그는 성희롱 예방 책임자였다
법원 "정직 3개월 정당"

성희롱 예방을 총괄하던 고용노동부 간부가 상습 성희롱과 2차 가해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고,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셔터스톡
"애기야", "살은 언제 뺄 거냐", "둘이 어디까지 갔냐". 부하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던 고용노동부 간부가 결국 법의 심판대에서 고개를 숙였다. 심지어 그는 성희롱 예방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의 장이었으며, 징계 조사가 시작되자 피해자에게 연락해 회유를 시도하는 2차 가해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정희)는 고용노동부 과장 A씨가 "정직 3개월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A씨의 비위 행위가 명백하고, 징계가 과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불 꺼줄게 뽀뽀해봐" 상습적 희롱
사건의 발단은 2019년 10월, 한 부서 체육행사 뒤풀이 회식 자리였다. 과장이던 A씨는 여러 직원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내 연애 중이던 두 직원에게 "뽀뽀해보라"고 수차례 강요했다. 한 목격자는 법정에서 "원고가 '둘이 뽀뽀해봐'라고 여러 번 이야기하는 것을 분명히 직접 들었다"며 "제가 입사하기 전에도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A씨의 부적절한 언행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징계 시효는 지났지만, A씨의 과거 행적은 상습적 성희롱의 전형을 보여준다.
- "애기야": 부하 여직원을 연인처럼 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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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행위들은 A씨가 만든 직장 내 분위기가 얼마나 억압적이고 성적으로 대상화되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성희롱 아니었지?" 뻔뻔한 2차 가해
A씨의 비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희롱에 대한 공식 조사가 시작되자, A씨는 피해자 및 증인에 대한 '사적 접촉 금지' 서약을 하고도 이를 무시했다.
A씨는 신고자로 추정되는 B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성비위 사실이 없었다는 확인서 작성이 가능한지" 물었다.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상급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압박하는 명백한 2차 가해였다.
A씨는 법정에서 "방어권 행사 차원이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일축했다.
재판부는 "하급자로서는 직장 내 관계 등을 고려하여 항의를 하거나 불쾌함을 표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하며, "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기 어려운 B씨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감, 압박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가장 큰 아이러니, 그는 '성희롱 예방 책임자'였다
판결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A씨의 보직이었다. A씨는 과거 소속 기관 내에서 성희롱·성폭력 고충 처리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총괄하는 부서의 장을 역임했다. 누구보다 성인지 감수성에 앞장서고 직원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자가 오히려 상습적인 가해자였던 셈이다.
나아가 A씨는 다른 직원들의 비위 사건을 조사하는 부서에서도 근무하며, 성희롱 사건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위치에 있었다.
재판부는 이 점을 강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원고의 행위는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명백하다"며 "성희롱 예방 업무를 담당했음에도 이러한 비위를 저지르고, 2차 피해까지 유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정직 3개월 처분이 결코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19년간 공무원으로 성실히 근무했다는 A씨의 항변은, 그가 부하 직원들에게 남긴 깊은 상처와 그가 져버린 공직의 무게 앞에서 힘을 잃었다.
[참고] 서울행정법원 제8부 2023구합76310 판결문 (2024. 8. 13.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