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수사에 찍은 도장, '이 종이' 한 장이 뒤집을 수 있다
강압수사에 찍은 도장, '이 종이' 한 장이 뒤집을 수 있다
경찰 유도심문에 '거짓 자백'…변호사들이 말하는 '의견서'의 모든 것

경찰의 강압 수사로 사실과 다른 조서에 날인했다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기 전 '의견서'를 제출해 바로잡을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시키는 대로 답했을 뿐인데…." 경찰의 강압적인 태도와 유도심문에 못 이겨 자신의 뜻과 다른 조서에 도장을 찍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날인한 조서를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하기 쉽지만,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기 전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가 있다. 바로 '의견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인이 쓴 의견서의 한계를 지적하며, 법적 효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키는 대로 답했을 뿐"…공포의 취조실, 내 진술은 어디에
최근 한 시민은 법률 상담 플랫폼을 통해 경찰의 강압수사 경험을 토로했다. 그는 "경찰 조사 시 형사님이 유도심문과 강압적 태도로 일관했다"며 "조서 내용 중 제 의견과 달리 형사님 의견에 동의한 내용도 제가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한 것처럼 작성됐다"고 호소했다. 계속되는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조서에 도장을 찍고 귀가했지만, 뒤늦게 후회하며 경찰청에 민원을 접수한 상태다.
A씨의 사례처럼 수사관의 의도대로 조서가 꾸며지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특히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은 심리적 위축 상태에서 불리한 진술을 하거나, 사실과 다른 조서 내용을 제대로 바로잡지 못하고 서명·날인하는 경우가 많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는 조서 내용을 열람하고 이의를 제기할 권리(제244조)가 있지만, 실제 조사 현장에서 이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서명된 피의자신문조서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유죄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어서 즉각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견서' 제출, 골든타임을 잡아라
법률 전문가들은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기 전 '의견서'를 제출해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천원미경찰서 여성청소년범죄수사팀장을 역임한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의견서에 별도의 법정 서식은 없으며, A4 용지에 자유롭게 작성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견서에 ▲사건번호, 피의자 인적사항 등 기본정보와 함께 ▲조사 과정의 부당한 처우 ▲조서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 ▲누락된 진술 ▲추가 증거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의견서 제출 시 접수증을 받아두시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며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작성된 의견서는 관할 경찰서 민원실에 직접 내거나 등기우편으로 발송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을 넘어, 향후 재판에서 경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다투기 위한 중요한 법적 절차의 시작이다.
"혼자 쓴 의견서, 경찰은 잘 안 본다"…변호사들의 냉혹한 현실 조언
하지만 의견서 제출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개인이 작성한 의견서의 실효성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최광희 변호사(로티피 법률사무소)는 "기본적으로 본인이 작성한 의견서는 경찰이나 검찰이 제대로 보는 경우는 드뭅니다"라며 "이 경우 차라리 변호인을 통해 다투는 내용의 의견서를 작성 제출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직언했다.
이희범 변호사(라미 법률사무소) 역시 "귀하가 진술서의 형식으로 내더라도 그 신빙성의 의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변호사(JY법률사무소)는 "당사자는 사실관계에 대한 진술을 하는 것이며, 변호인은 이를 바탕으로 법률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라며, 사실관계 나열을 넘어선 법리적 주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의견서는 변호인의 이름으로 법적 쟁점을 명확히 해야만 수사기관이 비로소 주의 깊게 검토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