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만 축내고 사는 남자…사실혼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요?
내 돈만 축내고 사는 남자…사실혼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요?
법률혼은 '이혼'으로, 사실혼은 '통보'와 '이사'로 해결하면 된다

인생의 동반자가 아니라 짐이 돼버린 남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것 같다. A씨는 더 늦기 전에 이 사실혼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남편과 사별한 뒤 우연히 만난 한 남자. 성실한 모습이 맘에 들었고, 자신의 자녀에게도 친절했다. 1년 간의 교제 끝에 A씨는 그와 살기로 결정했다.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부부로서 새 삶을 꿈꿨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점점 변하는 남자를 보며 A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 집 살림을 시작한 뒤로 A씨의 돈을 야금야금 축내기 시작했다. 잠깐 빌리는 거라며 가져간 돈은 금세 수백만원이 됐다. 생활비 한 푼도 보태지 않고, 심지어는 A씨가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도 나 몰라라 했다.
인생의 동반자가 아니라 짐이 돼버린 남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것 같다. A씨는 더 늦기 전에 이 사실혼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 그런데 그냥 "이제 헤어지자" 말만 하면 관계가 청산되는 걸까. 이혼 소송은 필요 없다던데 사실인지 알고 싶다. 또한, 할 수만 있다면 사기 결혼으로 고소도 하고 싶다.
A씨의 사례를 검토한 변호사들은 "이런 경우 당사자가 합의해 관계를 정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미 A씨가 알고 있듯 이혼 소송도 필요 없다고 했다. "사실혼 관계는 어느 한쪽이 통보하는 것만으로도 해소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설명했다.
법무법인 동광의 최민형 변호사는 "사실혼은 법률상의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이혼 등 법적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며 "A씨가 상대방에게 사실혼 관계를 지속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도 "사실혼을 종료 하겠다고 통보하고 A씨와 상대방이 주거를 분리하면 사실혼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거주지가 상대방 소유의 집이라면 A씨가 그곳을 나오고, 반대로 A씨의 집이라면 상대방을 내보내면 된다"고 했다.
사실혼 자체가 주거를 함께 하면서 형성된 관계이니, 다시금 주거를 따로 하는 것으로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A씨가 원하는 것처럼 사기 결혼으로 고소하는 건 어렵다. 법률상 혼인 관계도 아니고, '사기 결혼'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금전을 목적으로 결혼을 약속한 경우 등도 '사기죄'로 고소할 수는 있지만 입증에 어려움이 있다.
상처만 남은 두 사람의 사실혼 관계. 변호사들은 "A씨가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혼 관계가 아니라도 혼인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도록 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보통 혼인신고를 한 부부만 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우리 대법원은 ① 당사자 사이에 혼인 의사가 있고 ② 실질적인 부부 공동생활을 하면서 ③ 형식적 요건인 혼인신고만 하지 않은 경우를 사실혼 관계로 판단하고 있다.
송인욱 변호사 역시 "상대방의 귀책 사유로 인해 사실혼이 부당파기 된다면, 이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함께 축적한 재산은 분할 받을 수 있다"면서 "다만 이러한 책임을 물으려면, 단순한 동거 외에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전했다.
송 변호사는 "두 사람의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고, 상대방의 불성실한 태도 등을 증명할 근거를 모은다면 위자료 청구 등 소송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