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4일 전 "입사 포기하겠다" 했더니⋯4200만원짜리 소송을 당했다
첫 출근 4일 전 "입사 포기하겠다" 했더니⋯4200만원짜리 소송을 당했다
근로계약과 달랐던 조건들 알게 돼 '입사 포기 의사' 밝혔더니
"일방적 근로계약 해지"라며 한 달 치 매출과 위자료 손해배상 청구한 회사

입사 과정에서 제시된 근무 조건과는 딴판이었던 회사. A씨는 이를 이유로 '입사 포기 의사'를 밝혔다가 소송을 당했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상관없는 참고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새로운 회사에 출근하게 된 A씨. 미리 근로계약서도 작성한 상태다. 첫 출근 날만 기다리고 있던 A씨에게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앞으로 맡게 될 업무를 미리 인계받으면 어떻겠냐는 전화였다. 정식 출근을 4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좋은 마음으로 회사에 나가 전임자로부터 업무를 인계받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간 회사는 상상과 많이 달랐다. 아니 계약과 달랐다. 입사 과정에서 제시된 근무 조건과는 딴판이었다. 특히 '당직'과 관련해서는 들은 적도 없고 근로계약서에도 없었는데, 당직 근무를 서야 한다고 했다. 매일 아침 조회가 있으니 정규 출근시간보다 일찍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본 A씨는 입사를 포기하기로 했다. 다음 날 회사에 전화해 "위 조건으로는 일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사업주에게 폭언과 욕설을 듣기도 했다.
사업주는 폭언으로 끝내지 않았다. A씨에게 "42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출근하지 않아 발생하는 한 달 치 매출 손실 3200만원과 사업주가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000만원이었다.
아직 정식 출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사 포기 의사'를 밝혔던 A씨. 이런 경우 사업주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 변호사와 함께 알아봤다.
이 사안을 검토해 본 변호사들은 대부분 '정당한 근로계약 해지'라고 분석했다.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 최진혁 변호사는 "회사가 기존에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없는 근로 조건을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이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아 A씨가 회사 측에 계약 해지를 통지한 것이므로,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는 인용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이는 법에도 명시돼있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르면, 근로자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 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 근로 조건 위반을 이유로 즉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민법 제658조 제1항에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약정하지 않은 노무의 제공을 요구하면 근로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도 "회사가 A씨의 일방적 근로계약 해지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회사 측 주장은 타당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을 보인 변호사도 있다. 법무법인 서상 박준용 변호사는 "만약 A씨가 근로계약을 무단 해지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회사 측의 손해배상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적지만, 일단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산성의 박현우 변호사는 "소장을 받은 이상 적절히 대응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소장 내용을 검토한 뒤 그에 대한 반박을 담은 답변서 제출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라고도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창현의 조계창 변호사도 "설령 A씨가 무단결근으로 근로 제공 의무를 불이행한 경우라 하더라도, 회사가 그에게 한 달 매출 상당의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A씨는 회사가 제기한 부당한 민사소송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좋은날 법률사무소 김영삼 변호사는 "A씨는 회사 측에 △손해의 발생 사실과 그 액수 △A씨의 입사 철회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것을 촉구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사업주가 A씨에게 폭언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형사 고소할 것을 권유했다.
조계창 변호사는 "증거자료가 있다면 모욕죄 등으로 사업주를 형사 고소하거나 이를 민사소송에서 유리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JLK 법률사무소 김일권 변호사도 "사업주가 A씨에게 폭언을 한 것이 녹음 돼 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