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고 0원, 뱃속엔 새 생명…'밀린 양육비' 앞에 무너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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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잔고 0원, 뱃속엔 새 생명…'밀린 양육비' 앞에 무너진 엄마

2025. 11. 13 11:5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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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 정말 돈이 없습니다.” 사업 실패로 소득 ‘0원’이 된 엄마 A씨의 통장엔 빚만 쌓여간다. 뱃속의 새 생명 때문에 일할 수도 없는 그에게, 매달 100만 원의 양육비는 감당 못 할 족쇄가 됐다. 법원은 과연 ‘과거의 약속’과 ‘현재의 절망’ 사이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던 여성이 폐업, 무소득, 임신 등 경제적 위기로 감액을 신청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이혼 후 월 100만원 양육비 부담하던 여성, 폐업·무소득·임신 겹쳐 감액 신청. 법조계는 '장래 양육비 감액 가능성 높지만, 밀린 과거 양육비는 어려워'라고 조언한다.


“사업 실패에 임신까지”…벼랑 끝에 선 엄마


2024년 6월 이혼한 A씨는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자녀를 위해 매달 10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오래가지 못했다. 운영하던 사업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문을 닫았고, A씨는 소득이 없는 신세가 됐다. 심지어 새로 임신한 상태라 건강 문제로 다른 일을 구할 수도 없었다.


소득은 ‘0원’인데 매달 100만 원의 양육비는 고스란히 빚으로 쌓여갔다. 재산은 없고 기존 사업으로 인한 채무만 남은 상황. A씨는 결국 양육비 감액을 신청했고, 법원의 심문기일을 앞두고 있다.


장래 양육비는 ‘감액 가능’…관건은 ‘사정변경’ 입증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장래 양육비’ 감액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양육비 조정의 핵심 열쇠는 ‘사정변경의 원칙’, 즉 이혼 당시와 비교해 경제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새여울의 박승배 변호사는 “정상 운영 중이던 사업이 폐업되고 현재 무소득 상태라면 적절한 감액 청구는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A씨의 경우 ▲사업 폐업 ▲임신으로 인한 경제활동 불가 ▲무소득 상태라는 명백한 사정 변경이 존재한다. 이는 법원이 감액을 고려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다만 감액이 ‘0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원은 부모의 소득이 없더라도 자녀의 복리를 위해 최소한의 양육 책임은 져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법원이 최저 근로 소득 등을 기준으로 일정 금액의 양육비는 계속 부담하라고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밀린 양육비’는 감액 불가…“사적 합의가 현실적”


문제는 이미 지급하지 못하고 쌓인 ‘과거 양육비’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의 감액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지금 지불하지 못한 양육비에 대한 감액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판결이나 조서로 확정된 과거 양육비는 이미 발생한 ‘채무’로 취급된다. 이는 단순히 부모 간의 금전 문제가 아니다. 그 돈을 기다리며 생활을 꾸려온 양육자와 자녀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법원이 이를 일방적으로 깎아주는 것은 양육비를 기다려온 자녀와 양육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는 이유다.


35년 경력의 고순례 이혼전문변호사는 “이미 발생한 과거 양육비는 감액이 안 된다”며 “그 부분은 상대방과 잘 합의해서 일부 감액해서 지급하는 것으로 해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법정 향하는 엄마,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결국 A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증명하느냐에 따라 장래 양육비 부담을 덜 수 있다. 변호사들은 심문기일 전 ‘준비서면’을 통해 감액 주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증거자료를 제출하라고 권고한다.


필수 서류로는 ▲사업 폐업 사실증명원 ▲임신 진단서 및 경제활동 불가 소견서 ▲소득이 없음을 증명하는 ‘소득금액증명원’ ▲대출 내역 등 채무 증빙자료 등이 꼽힌다. 김경태 변호사는 “양육비 지급 의무를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지급이 어려운 상황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양육비 감액이 ‘궁극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필요한 것인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대법원 2018스566 결정). 여기서 ‘자녀의 복리’란, 단순히 돈을 깎아주지 않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양육 부모가 경제적으로 완전히 파탄에 이르러 자녀와의 관계마저 단절되는 상황이 오히려 자녀의 정서적 안정과 성장에 더 해로울 수 있다는 현실적 고민까지 담고 있다.


A씨의 사례는 부모의 급격한 경제적 추락과 자녀가 누려야 할 최소한의 복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법원의 깊은 고심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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