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날, 멈췄던 시계가 움직였다" 7년 전 학폭 성범죄, 고소 가능할까
"성인이 된 날, 멈췄던 시계가 움직였다" 7년 전 학폭 성범죄, 고소 가능할까
미성년자 성범죄 공소시효, 피해자 성년 된 날부터 새로 진행… 법조계 "형사고소 충분히 가능"

7년 전 중학교 폭력·성범죄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 가해자들에게 법적 대응에 나섰다. / AI 생성 이미지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당한 끔찍한 폭력과 성범죄. 7년이 흘러 성인이 된 피해자가 '멈췄던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법의 문을 두드렸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는 피해자가 성인이 된 날부터 공소시효가 새로 시작된다는 법 조항이 '뒤늦은 정의'를 가능하게 할지 주목된다.
당시 학폭위 기록과 잠들어 있던 증언들을 깨워 가해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교실이 지옥이었다"…7년 묵힌 상처, 고소 결심까지
자신을 2003년생 남성이라고 밝힌 A씨의 중학교 시절은 악몽이었다.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중학교 3학년이던 그는 동급생 3명으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성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교실에는 이를 지켜보거나 못 본 척 외면한 학생들이 다수 있었고, 일부 교사 역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은 형사 고소로 이어지지 못한 채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 절차로 마무리됐다.
시간은 흘렀지만 A씨의 마음속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현재까지 계속되는 정신적 고통에 그는 결국 7년 만에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 고소와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결심했다.
"끝난 줄 알았는데…" 성범죄 공소시효, 성년 되면 '리셋'
A씨의 발목을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걸림돌은 '공소시효'였다. 단순 폭행죄의 공소시효는 5년으로, 이미 7년 이상이 지난 A씨의 사건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성폭력'은 달랐다. 현행법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피해자를 특별하게 보호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가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3년생인 A씨는 2022년에 성년(만 19세)이 됐으므로, 바로 그날부터 공소시효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셈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2003년생이면 2022년에 성년이 되었으므로, 강제추행(공소시효 10년) 등의 시효는 충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폭행 혐의로 고소는 어렵지만, 성폭력 혐의를 중심으로 한 형사 고소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잠자는 '학폭 기록'을 깨워라…가해자 3인 '연대책임'도 가능
형사 고소를 위해서는 증거 확보가 관건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당시 열렸던 '학폭위 기록'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황동혁 변호사는 "당시 학폭위 기록은 교육지원청 등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할 수 있으며, 누락된 내용은 현재의 고소장과 진술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학폭위 '심의위원회 회의록'은 교육지원청에서 10년간 보관하므로, 확보 가능성이 높다.
가해자 3명에게 민사상 책임을 묻는 길도 열려 있다. 3명이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해 피해에 대한 손해를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부진정연대책임)을 진다.
민사 소멸시효 역시 미성년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민법상 미성년 시절 겪은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혀, A씨가 성인이 된 2022년부터 3년 내에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