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알박기 컨테이너, 벌금만 내면 그만?
아파트 알박기 컨테이너, 벌금만 내면 그만?
“입주민이 직접 철거 소송하세요”…전문가들, ‘공용부지 무단 점유’로 접근해야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공용부지에 테니스동호회가 가져다 놓은 불법 컨테이너가 놓여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벌금 내면 그만”이라며 아파트 공용부지를 차지한 불법 컨테이너. 이를 묵인하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행정기관 앞에서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법률 전문가들은 행정처분과 별개로 ‘공용부지 무단 점유’는 명백한 재산권 침해이므로, 입주민이 직접 철거 및 사용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벌금 낼게'… 배짱 동호회와 침묵의 카르텔
“제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는 테니스동호회가 가져다 놓은 컨테이너가 존재합니다.” 한 아파트 입주민의 호소는 절박했다.
이 컨테이너는 구청이 확인한 명백한 불법 건축물이다. 하지만 현실의 법은 멀기만 했다. 구청은 소액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데 그쳤고, 동호회는 이 돈을 내면서 보란 듯이 컨테이너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1~2년만 지나면 이행강제금마저도 부과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
주민들이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에 철거를 요청했지만, 이들은 “소유가 동호회에 있다”며 형식적인 공문만 보낼 뿐, 사실상 동호회의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있다. 구청 역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입장이다.
핵심은 ‘불법’ 아닌 ‘무단 점유’… 당신의 땅을 뺏긴 것
변호사들은 이 문제의 본질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강희 변호사(법무법인 도모)는 “현재 사안의 핵심은 불법건축물 여부보다, 아파트 공용부지를 특정 동호회가 배타적으로 점유할 권원이 있는지”라고 지적했다.
즉, 구청의 행정 처분과는 별개로 ‘내 땅을 남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사법상의 문제라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 내 부지는 입주민 모두가 지분을 가진 ‘공용부분’이다.
신지수 변호사(법무법인 랜드로)는 “동호회가 권원 없이 공용부분을 무단 점유·사용하고 있다면, 구분소유자는 공유물 보존행위로서 그 철거(수거) 및 사용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며 이를 ‘정공법’이라고 설명했다.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 있다는 사실은 ‘적법한 설치가 아니다’라는 유력한 증거가 될 뿐, 동호회의 불법 점유를 정당화해주지 못한다.
전문가들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추천하는 것은 바로 '배상명령 신청' 제도다.
입대의는 못한다? 소송 주체는 ‘입주민’ 개인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놀랍게도 전문가들은 입대의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송인혁 변호사(법무법인 헌정)는 “대법원은 따르면 집합건물에서 공용부분에 대한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는 주체는 구분소유자에게 귀속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법적으로 철거청구 등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라고 못 박았다.
결국 칼자루는 입주민, 즉 ‘구분소유자’ 개개인이 쥐고 있다는 의미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뜻이 맞는 입주민들이 직접 동호회를 상대로 ‘컨테이너 철거 및 토지 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우선 ‘사용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동호회의 컨테이너 사용을 즉시 중단시키는 방법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철거에 ‘사용료’ 청구까지… 경제적 압박으로 자진 철거 유도
철거 소송이 끝이 아니다. 변호사들은 동호회를 압박할 더 강력한 ‘카운터펀치’를 제시했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동시에 무단 점유 기간 동안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통해 동호회가 공용 부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며 얻은 이익을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이나 공동 재산으로 환수하도록 압박하면, 동호회 측도 경제적 부담을 느껴 스스로 철거하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라고 조언했다.
신은정 변호사(로버스 법률사무소) 역시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병행하여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자진 철거를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행정적으로는 구청에 실효성 없는 이행강제금 대신 직접 철거를 집행하는 ‘행정대집행’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관리 의무를 저버린 입대의에 대해서는 관할 구청에 감사를 요청하는 등 민사, 행정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