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스친 후 '뺑소니범'으로 몰린 운전자⋯대처법은?
자전거와 스친 후 '뺑소니범'으로 몰린 운전자⋯대처법은?
'고의성' 없으면 뺑소니 아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마트 주차장을 나오다 자전거와 스친 운전자가 충돌을 인지하지 못했다가 뺑소니범으로 몰렸다.
사건은 지난 6월 30일, A씨가 아내와 함께 장을 보고 귀가하던 길에 발생했다. 주차장에서 나와 큰 도로로 합류하기 위해 대기하던 A씨는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모두 건넌 것을 확인하고 서서히 차를 움직였다. 좌측 도로 상황을 살피려 고개를 돌린 바로 그 순간, 아내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자전거!"
깜짝 놀라 급히 브레이크를 밟자, 운전석 좌측 전방에 자전거 한 대가 멈춰 섰다. 자전거 운전자는 A씨를 노려봤고, A씨는 미안하다는 의미로 가볍게 목례를 한 뒤 현장을 떠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A씨는 자신의 차와 자전거가 충돌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평온했던 일상은 일주일 뒤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산산조각 났다. '뺑소니' 혐의로 신고가 접수됐다는 것. A씨는 황당함에 곧장 차 앞 범퍼를 확인했지만, 충돌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블랙박스는 이미 1주일 전 영상이 자동으로 삭제된 후였고, 충격 감지 녹화 목록에도 해당 날짜의 기록은 없었다.
경찰은 '혐의없음', 그런데 검찰 조사는 왜?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충돌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경찰 역시 멀리서 찍힌 CCTV 화면만으로는 충돌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고, A씨가 사고를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경찰은 A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가 없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안전운전 의무 위반에 따른 범칙금과 벌점만 부과됐다.
하지만 피해자가 경찰의 결정에 불복해 이의를 신청하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절차에 따라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것이다.
오엔 법률사무소 백서준 변호사는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법 규정상 경찰은 의무적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며 "이것이 곧바로 기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검사가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지 못 한 사고, '뺑소니' 유죄 가능성은?
변호사들은 A씨의 뺑소니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뺑소니, 즉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도주치상죄가 성립하려면 운전자가 사고 발생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도 피해자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는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한별 김전수 변호사는 "충돌 자체를 몰랐다면 고의성이 부정돼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A씨의 경우 ▲본인과 동승자 모두 충격을 느끼지 못한 점 ▲차량에 충돌 흔적이 없는 점 ▲회사명과 연락처가 적힌 업무용 차량이라 도주할 동기가 없는 점 등이 고의가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유리한 정황이다.
특히 A씨가 경찰 연락을 받은 뒤 즉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보험 접수를 통해 치료와 합의금 190만 원을 지급한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법률사무소 유 박성현 변호사는 "성실한 사후 조치는 고의적 도주 의사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짚었다.
검찰 조사,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다수의 변호사들은 검찰 조사에서 '일관된 진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조이 윤관열 변호사는 "충돌을 인지하지 못했던 객관적 상황, 즉 CCTV 영상의 불분명함, 블랙박스 이벤트 기록 부재, 피해자가 넘어지거나 다친 기색이 없었던 현장 상황 등을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A씨가 무심코 했던 행동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자전거 운전자를 향한 목례가 '사고를 인식했다'는 증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충돌에 대한 사과가 아닌, 갑자기 튀어나온 것에 대한 놀람과 미안함을 표현한 예의 차원의 행동이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