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인의 섬뜩한 두 얼굴, '합궁기도' 요구와 3천만원
은인의 섬뜩한 두 얼굴, '합궁기도' 요구와 3천만원
재무관리 해주겠다며 3천만원 편취…경찰은 '혐의없음'

10년간 후원한 '키다리 아저씨'에게 3천만 원을 편취당하고 성적 요구까지 받은 피해자가 사기 고소했지만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 AI 생성 이미지
10년간 자신을 후원해 준 '은인'이 재무관리를 핑계로 3천만 원을 편취하고, '합궁기도(성관계)를 해야 한다'며 성적 요구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사연이 전해졌다.
피해자는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과거의 호의가 현재의 사기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경찰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법적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직업에 귀천 없다"던 키다리 아저씨의 배신
유흥업소 종업원과 손님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 남성은 여성에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며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여성이 새로운 직업을 갖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했다.
여성은 그를 '은인'처럼 믿고 따랐다. 직업을 구한 뒤에는 재무관리를 해 주겠다는 남성의 말을 믿고 매달 월급과 지원금 등 모든 수입을 그의 계좌로 입금했다. 남성은 여성의 월세, 보험료, 카드값 등을 납부 날짜에 맞춰 대신 내주며 신뢰를 쌓았다.
비극의 서막은 '대출'에서 시작됐다. 남성은 보증금 목적으로 대출을 받을 때 "한도를 최대로 받는 게 유리하다"며 여성을 설득했다. 여성은 최대 한도로 대출을 받아 그 돈을 전부 남성에게 송금했다.
남성은 매달 대출 상환액도 꼬박꼬박 내주며 관계를 유지했다. 2024년, 남성은 "세금이 급하다"며 카드론까지 권유했고, 여성은 주식 투자 회수금과 적금까지 깨서 총 3천만 원에 달하는 돈을 넘겨줬다.
여성은 "대출금을 갚지 않고 도망갈 가능성 때문에 관계 유지가 필요했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합궁기도 해야 풀려"…돈 요구와 함께 시작된 성적 압박
돈이 넘어간 뒤 남성의 태도는 돌변했다. 2025년경부터 각종 납부금이 연체되기 시작했고, 돈이 없다면서도 추가 대출을 알아보라고 권유했다. 급기야 그는 "나 개인 회생할 거니까, 너도 개인 회생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돈 문제보다 더 끔찍한 것은 성적 압박이었다. 그는 어느 날 "내가 만약 너를 강간한다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라고 섬뜩한 질문을 던졌다.
또한 무속인을 만나고 왔다며 "계추월에 태어난 사람(여성을 지칭)이 내 기를 빼앗아 가 힘든 것"이라며, "합궁기도(성관계)를 해야 풀린다"는 황당한 말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온리팬스' 같은 성인 플랫폼에 성적 이미지를 판매하거나 당근마켓에 스타킹을 팔아 보라는 권유까지 서슴지 않았다.
"내가 쓴 돈이 더 많다" 경찰은 왜 무죄로 봤나
여성은 결국 남성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불송치'(혐의가 없어 검찰에 넘기지 않음) 결정을 내렸다.
대질조사에서 남성이 "여자가 10간 쓴 돈이 훨씬 많다"고 주장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에 걸친 복잡한 금전관계 탓에 '처음부터 속일 의도(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법률 전문가는 경찰의 판단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진열 변호사는 "과거에 호의로 돈을 준 것과, 이후 재무관리를 빙자해 대출을 받게 하고 그 돈을 가로챈 것은 별개의 사건"이라며 "'과거의 호의가 현재의 편취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라고 못 박았다.
하진규 변호사 역시 "과거에 금전적 지원을 했다는 사실이 이후 편취 행위를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사기죄의 핵심은 돈을 빌릴 '당시'에 갚을 의사나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이기 때문이다.
"포기하긴 이르다"…이의신청으로 반격 나설 수 있어
변호사들은 아직 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하면 사건을 검찰로 보내 다시 수사하게 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이의신청 시 ▲과거의 호의적 관계와 대출금 편취는 별개라는 점 ▲세금 등을 핑계로 3천만 원을 받아 간 특정 시점의 기망 행위를 집중 부각할 것 ▲개인회생 언급 등 변제 능력 없음을 자인한 정황을 증거로 제출할 것을 조언했다.
특히 '합궁기도'나 '강간' 발언 등 성적 압박은 남성이 여성을 경제적, 심리적으로 지배하려 한 '악의적 의도'를 입증하는 강력한 보조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경남 변호사는 피의자가 개인회생을 신청하여 인가 결정을 받더라도 고의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채권은 면책되지 않으므로, 민사소송을 통해 끝까지 자산을 추적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