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믿고 인감 줬더니 상속재산 '0원'…배신의 문자, 구원의 증거될까
형 믿고 인감 줬더니 상속재산 '0원'…배신의 문자, 구원의 증거될까
"너도 인정했잖아" 적반하장 형…법조계 "기망의 정황, 다툴 여지 충분"

동생은 '금융 서류'에 필요하다는 친형의 말을 듣고 인감도장을 건넸다가, 수십억 원대 상속재산을 빼앗겼다. / AI 생성 이미지
"금융 서류에 필요하다"는 친형의 말을 믿고 인감도장을 건넸다가 수십억 원대 상속재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 동생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고 따지자, 형은 오히려 "네가 협의 때 인정하지 않았냐"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바로 이 문자가 형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 서류라더니…" 믿음의 대가는 '상속 0원'
영화감독 지망생 A씨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슬픔이자 마지막 희망의 상실이었다. 신용불량 상태로 약 9천만 원의 빚을 지고, 돈이 없어 임플란트 치료조차 받지 못하던 그에게 상속은 재기할 유일한 발판이었다.
그때 친형이 다가와 "어머니의 금융 관련 서류를 떼기 위해 인감도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족이기에 의심 없이 인감을 내줬다.
그러나 그 서류는 A씨의 상속분을 '0원'으로 만드는 '상속재산분할협의서'였다. 추정 상속재산만 25억에서 30억 원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네 탓에 재산 반 토막" 형의 문자, 기망의 증거 되나
모든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항의하자, 형에게서 기가 막힌 문자가 도착했다. "이번에 상속받으면서 너 때문에 재산의 반절이 날아갔다. 넌 또 받으려고 하느냐. 너도 상속 협의할 때 인정하지 않았냐"는 내용이었다.
형이 언급한 돈은 A씨가 2008년 사업비 명목으로 어머니께 받은 1억 5천만 원. 하지만 당시 건물 추정가만 20억 원에 달해, 1.5억 원 때문에 재산의 '반절'이 날아갔다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변호사들은 '기망'의 정황을 포착한다. 강민기 변호사는 "'상속 협의할 때 인정하지 않았냐'는 표현은 형 스스로 협의 과정이 있었음을 전제하고 있는데, 귀하가 금융 서류 명목으로만 안내받고 날인했다면 이는 내용을 속이고 서명을 받은 기망 행위의 정황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백지예 변호사 역시 "형이 '너도 상속 협의할 때 인정하지 않았냐'고 한 문자는, 협의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인감을 받아낸 정황을 스스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 문자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법조계 "경험칙 위배, 그러나 입증이 관건"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상황이 '경험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경험칙이란 상식에 비추어 당연히 그러리라고 여겨지는 판단 기준이다.
황준웅 변호사는 "신용불량 상태와 거액의 채무, 기본적인 치료조차 불가능한 극심한 생활고에 처한 상속인이 아무런 대가 없이 수억 원대의 상속 지분을 포기하는 것은, 일반적인 인간의 행동 양식인 경험칙에 정면으로 반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변호사들은 문자 메시지만으로 승소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전종득 변호사는 "제시하신 문자 내용만으로는 형의 기망행위('금융서류 발급용'이라고 속여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날인하게 한 행위)가 있었다고 바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다만 그 문자는 형이 '상속 협의'라는 법률행위의 존재를 전제로 사용자가 '인정했다'고 압박하는 정황이라서, 전체 증거 중 간접사실로는 활용될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여, 문자가 재판에서 유력한 간접 증거로 쓰일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소송의 성패는 인감도장을 건넬 당시, 형이 서류의 진짜 용도를 속였다는 사실을 얼마나 명확히 입증하느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