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할 때 지웠는데…" 클라우드 사진 10장, 압수될까?
"퇴사할 때 지웠는데…" 클라우드 사진 10장, 압수될까?
압수수색 영장 '네트워크 포함' 한 줄에 희비 교차

퇴사 시 삭제한 회사 자료가 개인 클라우드에 남아 압수수색 빌미가 되었다. / AI 생성 이미지
퇴사하며 삭제한 회사 자료가 경찰 압수수색의 빌미가 됐다. 영장에 적힌 '네트워크 포함' 한 줄이 개인 클라우드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한다는 다수 의견 속, "영장에 클라우드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다면 압수 범위에서 제외될 여지가 있다"는 반론도 팽팽하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삭제는 금물이며, 포렌식 참관을 통해 방어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분명 지웠는데…" 내 클라우드에 남은 10장의 사진
전 직장에서 업무 편의를 위해 카카오톡 '나에게 쓰기'로 회사 자료를 저장했던 A씨. 그는 퇴사 시점에 해당 자료를 모두 삭제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평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이 들이닥쳤고, A씨의 회사 노트북과 개인 휴대폰은 그대로 압수됐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바로 A씨의 네이버클라우드에 남아 있던 10여 장의 전 회사 관련 사진이었다. A씨는 "영장에 나온 자료는 아닌데, 일부 전 회사 데이터가 사진상으로 10장 정도 남아 있습니다."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수 의견 "영장 속 '네트워크', 클라우드 정조준"
A씨를 가장 불안하게 만든 것은 압수수색 영장의 한 구절이었다. 영장에는 압수할 물건으로 '컴퓨터, 휴대전화 등 정보처리장치와 연결된 네트워크(구글 드라이브, 아이클라우드 등 포함)'가 명시돼 있었다.
다수 법률 전문가는 이 문구가 사실상 A씨의 네이버클라우드 역시 수사 범위에 포함시키는 근거가 된다고 해석했다.
홍대범 변호사는 "영장에 기재된 '정보처리장치와 연결되어 있거나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구글드라이브, 메신저 등 포함)'라는 문구는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휴대폰이나 PC를 통해 접속 가능한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원격지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한 표준적인 표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김동훈 변호사 역시 "영장에 기재된 '정보처리장치와 연결된 네트워크'라는 표현은 휴대폰 앱이나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 가능한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를 포함합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수사관이 로그인 정보를 묻지 않았더라도, 압수된 휴대폰이 자동 로그인 상태라면 얼마든지 접속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 의견 "이름 없는 클라우드, 압수는 위법"
하지만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영장의 문구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명시되지 않은 클라우드까지 수사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현정 변호사는 "영장 '압수할 물건'란에 네이버클라우드가 명시되지 않은 이상, 대법원이 요구하는 원격지 서버 전자정보의 별도 특정 원칙상 네이버클라우드는 압수 범위에서 제외될 여지가 있는 사안입니다"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이어 "열거된 구글드라이브·원드라이브·아이클라우드 외로 확장하는 것은 피압수자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에 해당할 소지가 크고, 수사기관이 로그인 정보를 묻지 않은 점도 같은 방향의 신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영장에 이름이 적히지 않은 클라우드까지 수사기관이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