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만기 1년 전 “보증금 나눠 갚겠다”는 집주인…이 돈 받아도 될까?
전세 만기 1년 전 “보증금 나눠 갚겠다”는 집주인…이 돈 받아도 될까?
임대인 개인회생 신청에 당황한 세입자…변호사들 “섣불리 받으면 보증보험 문제 될 수도”

전세 계약 중 집주인이 개인회생을 신청하며 보증금 분할 변제를 제안해도 섣불리 받으면 안 된다. / AI 생성 이미지
2025년 1월 입주해 2027년 1월이 만기인 전세계약을 맺은 A씨. 중소기업청년 전세대출(중기청) 100% 상품을 이용했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도 가입했다.
그런데 입주 5개월 만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등기부등본에 A씨 이전 세입자가 설정한 임차권등기명령이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집주인이 이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집주인이 개인회생을 신청했다는 법원의 등기까지 날아왔다. 2026년 11월부터 신고된 계좌로 보증금을 나눠 갚겠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계약 기간이 1년 넘게 남은 상황. A씨는 만기 전에 돈을 받는 것도 이상하고, 혹시 이 돈을 받았다가 나중에 HUG 보증보험을 받는 데 문제가 생길까 봐 불안에 빠졌다. 과연 A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만기 전인데 돈 주겠다는 집주인,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집주인이 제안한 변제금을 섣불리 받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법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세입자에게 더 불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현림 윤상현 변호사는 “개인회생이 개시되면, 만기가 오지 않은 채권도 변제기가 온 것으로 보고 변제계획에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는 집주인의 개인회생 계획에 A씨의 보증금 반환 채권이 포함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실제 돈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인의로 강유진 변호사는 “HUG 보증과 전세대출이 연결된 상태에서 임대인에게 보증금 일부를 임의로 반환받으면, 향후 보증 이행 금액이나 절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 역시 “임의로 변제금을 수령할 경우 향후 보증보험 이행청구 과정에서 수령액만큼 공제되는 등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HUG 보증 있다면, ‘개인회생 변제’보다 ‘보증 이행’이 정석
변호사들은 A씨처럼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집주인의 개인회생 절차에 크게 구속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권리(우선변제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HUG 보증보험에 가입했다면, 계약 만기 후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HUG를 통해 보증금을 회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보증보험에 가입된 상태라면 회생 변제금을 직접 수령하는 것보다는 보증보험 이행을 원활하게 준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A씨의 보증금 채권은 개인회생 변제계획에 따라 일부씩 나눠 받을 성격의 것이 아니며, 만기 시점에 HUG를 통해 전액을 돌려받는 것이 정석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채권자는 내가 아니라 HUG·은행일 수도…법원에 이의신청 전 확인부터
여러 변호사들은 A씨가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기 전에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공통으로 지적했다. 바로 대출을 실행한 은행과 보증기관인 HUG에 현 상황을 알리고,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A씨는 대출을 자신이 받았으니 채권자도 자신이라고 생각했지만, 법률관계는 더 복잡하다. 보증보험이 실행되면 HUG가 A씨 대신 은행과 A씨에게 보증금을 내주고, 집주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 채권은 HUG가 넘겨받는다. 이 경우 최종 채권자는 HUG가 된다.
특히 A씨가 이용한 중기청 100% 대출은 계약 시점에 이미 보증금 반환채권이 HUG나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라면 개인회생 채권자 목록에 채권자가 A씨로 되어 있는 것부터가 잘못일 수 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보증보험이 실행되면 HUG가 임대인에 대한 구상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개인회생 채권자 목록상 채권자 표시가 정확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동 전 '은행·HUG 통보' 먼저…채권 목록 확인 후 이의 제기해야
따라서 변호사들은 A씨가 취할 행동의 순서를 명확히 했다. 섣불리 변제금을 받거나 법원에 이의신청부터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의 채권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은행과 보증기관 양쪽에 개인회생 사실을 알리고, 채권자목록에 보증금이 어떻게 기재됐는지 확인한 뒤 잘못이 있다면 정해진 기간 내 이의절차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푸름 법률사무소 이푸름 변호사도 “변제금 수령 전에 은행과 HUG에 채권양도·보증이행 관계 및 수령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원에는 채권액이나 채권자 표시가 잘못되었다면 정해진 기간 내 이의를 검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