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증금도 줬는데, 왜 주거침입이야?" 아들 집 쫓아 간 아버지
"내가 보증금도 줬는데, 왜 주거침입이야?" 아들 집 쫓아 간 아버지
부부싸움하고 아내 찾으러 갔다가, 출동한 경찰에 체포⋯주거침입으로 기소유예 처분
기소유예 '없던 일' 만드려면 헌법소원 제기해야⋯징계 처분 취소소송은 다퉈볼 만 하다

"여기 보증금도 내가 냈어! 문 열릴 때까지 난 못 가!" 아들 집 앞에서 버티던 A씨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가까스로 기소유예 처분이 나왔지만 이로 인해 회사에서도 징계를 받았다. 억울하다는 A씨, 자신의 혐의를 벗고 싶다며 변호사를 찾았다. /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부부싸움을 하던 중 아내가 집을 나갔다. 연락이 닿지 않는 아내를 찾아 나선 A씨. 아무래도 근처에 사는 아들의 오피스텔에 간 것 같았다. 한달음에 쫒아가 몇 차례 초인종을 눌렀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만나야 했다. A씨는 "가족을 만나러 왔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집 안에 있는 아들과 얘기를 나눈 경찰관은 재차 "그냥 가시라"고 했다.
"여기 보증금도 내가 냈어! 문 열릴 때까지 난 못 가!"
막무가내로 버티던 A씨는 결국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혐의는 주거침입죄였다. 이후 아들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서 A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문제는 이 일이 직장에까지 연결 됐다는 것. A씨의 회사 내규상 기소유예 처분만 받아도 징계를 받았다. 결국 A씨는 회사에서 견책 처분을 받았다.
부부싸움에서 시작한 소동이 기소유예 처분과 견책 징계로까지 이어진 상황. A씨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혐의를 벗을 방법이 없을지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A씨는 "가족의 집에 찾아간 게 왜 죄가 되느냐"며 "심지어 그 집의 보증금도 내 돈"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판단은 달랐다.
법률사무소 다감의 오현종 변호사는 “가족 사이고 직접 임차보증금을 줬어도, 아들의 의사에 반해 그 주거 구역에 침입했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형법은 다른 사람의 주거지에 허락 없이 침입하거나 퇴거 요구를 받고도 응하지 않을 때 주거침입죄로 처벌하고 있다(제319조). 반드시 집 안이 아니어도 공용 복도나 계단 등도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있는 '주거지'에 해당한다.
현재 A씨는 아들의 의사에 반해 주거지로 찾아가고, 퇴거 요구에도 따르지 않은 상황. 이런 상황에서 기소유예 처분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드는 방법은 헌법소원을 내는 것뿐이라고 변호사들은 말했다.
유승 종합법률사무소의 신동희 변호사는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불복하려면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받아 취소 결정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와 변호사 오상민 법률사무소의 오상민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 범죄 혐의가 인정된 이상, 헌법소원을 내더라도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 받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변호사들은 "A씨 입장에선 직장에서 받은 징계 처분을 경감받거나 취소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현종 변호사와 김일권 변호사는 "사건 당시 A씨를 신고했던 아들이 직접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던 만큼, 이를 토대로 징계 취소소송으로 다퉈볼 수 있다"고 전했다. 기소유예 처분 자체는 사라지지 않더라도, 범죄 행위로 사내 징계를 받을 수준은 아니란 점을 강조하면 된다는 취지였다.
신동희 변호사는 "회사의 견책 처분에 대해서 그 처분이 지나치다는 점을 주장하며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