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했으니 괜찮겠지?” 가게에 붙인 도둑 사진, 사장님은 정말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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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했으니 괜찮겠지?” 가게에 붙인 도둑 사진, 사장님은 정말 안전할까

2025. 11. 04 17:4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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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게 턴 도둑, 공개수배했다가 되레 고소당한 사장님…법원은 ‘이것’ 하나로 유무죄를 갈랐다

절도범의 CCTV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해 공개해도 옷차림, 체형 등으로 신원이 특정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모자이크 했잖아요! 억울한 사장님의 항변, 법원에선 왜 안 통했나


칠흑 같은 새벽, 자영업자 A씨의 눈이 번쩍 뜨였다. 가게 CCTV에 고스란히 찍힌 얼굴, 며칠 전 가게 물건을 슬쩍 훔쳐 달아난 바로 그 사람이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A씨는 CCTV 화면을 캡처해 프린트했다. ‘그래도 법은 지켜야지.’ 그는 범인의 얼굴을 검은 사인펜으로 거칠게 칠해 모자이크 처리했다. 다음 날 아침, ‘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인쇄된 A4용지는 가게 유리문에 스카치테이프로 나붙었다.


하지만 며칠 뒤 A씨에게 돌아온 것은 잃어버린 물건이 아닌, 명예훼손 혐의가 적힌 차가운 고소장이었다.



모자이크 했잖아요! 억울한 항변, 왜 법원에선 안 통했나


명예훼손죄의 운명을 가르는 핵심 열쇠는 바로 ‘특정성’이다. 게시된 내용이 누구에 관한 것인지 제3자가 명확히 알아볼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얼굴 전체를 모자이크 처리해 특정인을 식별할 수 없는 상태라면 명예훼손의 대상 자체가 불분명해진다”며 “이 경우 특정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범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가족이나 친구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라면 법적 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의미다.


하지만 ‘모자이크’라는 방패가 늘 완벽한 것은 아니다. 법원은 단순히 얼굴을 가렸는지 여부만이 아니라, 종합적인 상황을 통해 특정성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얼굴은 가렸지만 사진 속 인물 특유의 옷차림, 신체적 특징, 주변 배경 등을 통해 지인들이 충분히 그를 알아볼 수 있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실제 법원도 “모자이크 처리를 했더라도 옷과 체형, 얼굴의 윤곽 등을 통해 지인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경우 인격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9가단204724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어설픈 모자이크가 신원 유추의 단서를 남겼다면, 명예훼손의 덫에 걸릴 수 있다는 경고다.



“공익 목적이었다”는 주장, 사장님의 마지막 방패 될까


물론 절도범을 공개해 추가 피해를 막으려던 사장님의 행동에는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있었다. 우리 형법 제310조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일 경우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을 면제해주는 조항을 두고 있다.

심준섭 변호사는 “범죄 예방이라는 정당한 목적이 있고, 모자이크 처리라는 최소한의 제한적 수단을 사용했다면 정당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법원은 사장님의 '공익적 목적'을 인정하면서도, 범인의 '인격권' 역시 저울질한다. 억울한 마음에 내건 사진 한 장이 예기치 못한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까. 미래의 분쟁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소개한다.



사장님을 지키는 ‘4중 법률 방패’

1.모자이크가 아닌 ‘블랙박스’를 씌워라: 얼굴은 기본, 옷의 특이한 로고나 문양, 문신, 액세서리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모든 단서를 완벽히 가렸는지 재차 확인해야 한다.

2. ‘도둑’이라 단정 말고 ‘사실’만 적시하라: ‘절도범’ 같은 단정적 표현 대신 ‘물건을 가져간 분을 찾습니다’ 또는 ‘CCTV에 포착된 행위에 대해 해명이 필요합니다’와 같이 객관적 사실과 요청을 담는 것이 안전하다.


3. ‘공익 목적’임을 명시하고 ‘해명 기회’를 보장하라: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공익적 목적의 게시물’임을 명시하고, 연락처를 함께 기재해 당사자에게 해명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현명하다.


4. ‘목적 달성’ 즉시 자진 철거를 계획하라: 경찰 신고 후 사건이 해결되거나 범인이 자수하는 등 목적이 달성되면 즉시 게시물을 자진 철거할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 분쟁 소지를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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