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 아버지, 외할아버지 유산에 '빨대' 꽂나…'상속포기'와 '사해행위'의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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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쟁이 아버지, 외할아버지 유산에 '빨대' 꽂나…'상속포기'와 '사해행위'의 줄타기

2025. 10. 30 17:0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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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먼저 사망하자 '대습상속인' 된 아버지…채권자 압류 막을 묘수는? 다수 "상속포기" vs 소수 "사해행위 소송 위험" 법률가 의견 대립

대습상속으로 빚 많은 아버지가 외할아버지 유산을 상속받게 되어 채권자에게 재산을 뺏길 위기에 처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빚쟁이 사위의 '장인 유산' 상속권, 포기하면 끝일까? 채권자 반격 가능성은.


외할아버지의 빌라를 상속받게 된 A씨. 하지만 기쁨도 잠시, 빚에 쫓기는 아버지 때문에 하루아침에 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아버지에게도 외할아버지 유산의 상속권이 생긴 탓이다.


아버지의 채권자들이 이 빌라에 눈독 들이는 상황, A씨는 과연 외할아버지의 유산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까.


사위는 백년손님?…법은 '상속인'이라 말한다


문제의 발단은 '대습상속(代襲相續)' 제도에 있다. 본래 상속인이 될 사람(A씨의 어머니)이 상속이 시작되기 전 먼저 사망하면, 그의 배우자와 자녀가 그 상속분을 대신 물려받게 된다. 장인이 사망해도 사위는 상속인이 아니라는 일반 상식과 달리, 이 경우엔 사위인 A씨 아버지가 법적 상속인이 되는 것이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어머니가 외조부보다 먼저 사망했으므로, 어머니의 상속분은 그의 배우자인 아버지와 직계비속인 A씨에게 공동으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결국 아버지는 사위임에도 장인의 재산에 대한 법적 권리를 갖게 됐고, 이는 곧 아버지의 채권자들이 빌라의 '아버지 지분'을 압류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다수의견 "최선의 방패는 '상속포기', 3개월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이 아찔한 상황을 막기 위해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아버지의 상속포기'를 최우선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아버지가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포기하면, 상속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되어 채권자들이 개입할 여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창세의 김솔애 변호사는 "아버지가 상속포기를 해야만 외할아버지의 재산이 채권자의 위협 없이 온전히 자녀에게 상속된다"고 강조했다. 단, 상속포기는 상속이 시작됐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정식으로 신고해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자동으로 상속을 받는 것(단순승인)으로 간주돼 돌이킬 수 없다.


소수의견 "숨은 복병,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라는 반격 카드"


하지만 일부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아버지의 상속포기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재산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사해행위(詐害行爲)'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다. 만약 법원이 이를 사해행위로 판단하면, 채권자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해 상속포기의 효력을 무력화하고 아버지의 상속 지분을 다시 압류할 수 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빚을 갚을 수 있는 재산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상속인이 이를 포기해버리는 것은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 때문에 상속포기가 100% 안전한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오는 것이다.


대법원은 왜 '상속포기'의 손을 들어줬나


그렇다면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 중 어느 쪽이 현실에 더 가까울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대법원 판례는 '상속포기'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법원은 상속포기를 재산을 적극적으로 처분하거나 빼돌리는 '재산권 행사'가 아닌, 상속인이라는 '인격적 지위' 자체를 거부하는 행위로 본다.


법무법인 도하의 김형준 변호사는 "우리 법원은 상속포기가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가 아니라고 보기에, 아버지가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소송을 거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분석했다. 즉, 채권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의미다. 반면,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을 때 아버지의 지분이 즉시 강제집행 대상이 될 위험은 100%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A씨가 외할아버지의 빌라를 지키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길은, 아버지가 3개월 시한 내에 법원에 상속포기를 신청하는 것이다. 이론적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 안정성과 현실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상속포기는 현재로선 최선의 방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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