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사고 내고 '보험사기' 운운... 12대 중과실 운전자의 '괘씸죄' 처벌은?
횡단보도 사고 내고 '보험사기' 운운... 12대 중과실 운전자의 '괘씸죄' 처벌은?
초록불에 건너다 넘어진 보행자에게 '대인접수 거부'와 100만원 합의를 제안한 운전자. 법률 전문가들은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진단서를 제출하라'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횡단보도 사고를 낸 운전자가 피해자를 보험사기범으로 몰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사고 내고 "보험사기 아니냐"... 12대 중과실 운전자의 뻔뻔한 대응, 법적 처벌은?
초록불 횡단보도를 건너던 A씨는 눈앞으로 돌진하는 차를 피하려다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 황색불에 무리하게 진입한 차량 때문이었다.
하지만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창문만 내린 채 "잘못 없다"며 자리를 뜨려 했다. A씨가 겨우 붙잡아 연락처를 받았지만, 돌아온 것은 "대인접수는 못 해준다", "보험사기 아니냐"는 적반하장식 답변과 합의금 100만원 제안이었다.
억울한 A씨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괘씸죄'가 무겁다면서도, 법적 대응은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락처 줬으니 뺑소니 아니다? '사고후미조치'는 별개
가장 먼저 쟁점이 된 '뺑소니(도주치상)' 혐의는 적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오승윤 변호사는 "현장을 이탈했다고 보기 어렵고, 연락처도 공유했으므로 뺑소니 혐의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운전자가 현장에 머물며 연락처를 남겼다면 '도주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공동법률사무소 문정의 한동국 변호사는 "사고 현장을 이탈하려는 가해자를 붙잡아 간신히 연락처를 받아낸 사정이라면 범죄 성립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견을 냈다.
뺑소니가 아니더라도 운전자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률사무소 태린의 김민규 변호사는 "'사고후미조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는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할 의무가 있는데,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피해 상태를 살피지 않은 것은 명백한 의무 위반이라는 것이다.
대인접수 거부? '12대 중과실' 형사처벌은 못 피한다
운전자가 대인접수를 거부하며 버티는 상황, 전문가들은 '경찰 신고'가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는 신호위반과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이 결합된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12대 중과실로 인해 상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나 종합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황색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침범한 행위는 12대 중과실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경찰에 교통사고 신고부터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면 운전자는 형사처벌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태도를 바꿔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100만원에 끝내자”... 섣부른 합의는 금물
운전자가 A씨를 '보험사기범'으로 몰아가며 100만원에 합의를 제안한 행태에 대해 변호사들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치료비, 휴업손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을 고려하면 100만원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이다.
한동국 변호사는 "가해자가 100만원으로 모든 상황을 무마하려 하고 있으나, 섣불리 합의 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진단서, 처벌 수위 가르는 '결정적 증거'
운전자는 A씨에게 합의 조건으로 "진단서를 제출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진단서는 운전자의 처벌 수위와 A씨가 받을 피해보상액을 결정하는 핵심 증거다.
12대 중과실로 인해 상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나 종합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결국 A씨가 취할 최선의 방법은 명확하다.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 진료 후 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초범이고 상해가 경미하다면 운전자에게 통상 100만~300만원의 벌금형이 예상되지만, 사고 후 피해 회복 노력 없이 피해자를 2차 가해하는 등의 불성실한 태도는 법원의 양형 판단에서 불리하게 고려될 수 있다. 가해자의 부당한 제안에 흔들리지 않고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