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3억5천, 불안해서 '근저당권' 추가했는데…변호사들 "실익 있다 vs 없다"
전세금 3억5천, 불안해서 '근저당권' 추가했는데…변호사들 "실익 있다 vs 없다"
선순위 대출 낀 다가구주택 경매…2021년 임차권에 2025년 근저당권 더한 '이중 잠금' 효과는?

전세집이 경매에 넘어가자 세입자가 임차권에 더해 근저당권을 추가 설정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2021년부터 다가구주택에 전세보증금 3억 5000만 원을 내고 살고 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도 모두 마쳤다.
그런데 최근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 불안해진 A씨는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2025년 5월, 3억 5000만 원을 채권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집의 토지와 건물 모두에 추가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 집에는 이미 농협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있었다. A씨의 임차권과 근저당권은 모두 농협보다 후순위다.
A씨는 임차권에 더해 근저당권까지 설정한 자신의 '이중 잠금' 장치가 보증금을 지켜줄 수 있을지, 법률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확정일자 임차권 vs 추가 근저당권, 배당 순서는?
A씨가 사는 다가구주택은 토지와 건물이 별도로 등기되어 있지만 경매는 함께 진행된다. 이 경우 법원은 토지와 건물의 매각대금을 각각 별도의 돈주머니(배당재단)로 보고 배당 순서를 정한다.
변호사들은 A씨가 가진 두 가지 권리, 즉 2021년에 확보한 '임차권'과 2025년에 설정한 '근저당권'의 순위가 각각 독립적으로 매겨진다고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배당 순서는 ①선순위 농협 근저당권 ②A씨의 2021년 임차권 ③A씨의 2025년 근저당권 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A씨의 임차권에 따른 우선변제권이 건물뿐 아니라 토지 매각대금에도 미친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영 하경남 변호사는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주택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은 건물뿐 아니라 대지의 매각대금에도 미친다"며 "임차인은 토지·건물 두 재단 모두에서 농협 다음 순위로 배당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설정한 근저당권, 실익 있을까 없을까
그렇다면 임차권보다 순위가 밀리는 근저당권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까? 이 지점에서 변호사들의 의견이 갈렸다.
먼저 실익이 거의 없다는 의견이 있다. 법률사무소 희성 정현영 변호사는 "임차권이 먼저 우선순위를 확보했기 때문에 임차권 순위 대로 배당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별도의 중복 후순위 근저당권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임차권의 약점을 보완하는 '안전장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법무법인 영 하경남 변호사는 "근저당권자는 배당요구 없이도 당연히 배당받고, 이사·전출로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담보가 그대로 유지되므로, 임차권의 우선변제권을 보완하는 실질적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임차권에 따른 우선변제권은 배당요구 종기까지 주민등록을 유지해야 하지만, 근저당권은 등기부상 권리이므로 이사와 무관하게 효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도 "임차권으로 전액 배당받지 못한 경우 근저당권으로 보충 회수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의미는 있다"고 덧붙였다.
'5층까지 살 생각 없냐'는 집주인 녹취, 전세사기 증거 될까?
A씨는 2023년 6월경 집주인이 "5층까지 살 생각은 없느냐"고 제안했던 통화 녹음도 가지고 있었다. A씨는 이것이 집주인이 재정 악화를 알고도 임차인을 붙잡아 두려 한 정황이 아닌지, 전세사기의 증거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변호사들은 통화 녹음만으로 사기죄의 '고의'를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이것만으로 전세사기의 고의를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당시 시세 대비 보증금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다른 증거와 결합하면 임대인의 기망 의도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해당 녹음이 "집주인이 당시부터 채무 상환 능력이 없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로는 활용될 수 있다"며 "추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 인정을 신청하실 때 임대인의 기망 의도를 보여주는 유의미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 역시 "당시 건물의 세금 체납 내역, 선순위 보증금 총액 등의 부실 자료와 결합해야 증거 가치가 의미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