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기 얄미워 30초 따라갔는데…'보복운전' 신고, 처벌받을 수 있나요?
새치기 얄미워 30초 따라갔는데…'보복운전' 신고, 처벌받을 수 있나요?
급제동·욕설 없었지만 4차례 차선 따라 변경…7개월 만에 경찰 조사 통보

좌회전 대기 중 끼어든 차량에 항의하려 30초간 따라가며 차선을 4번 바꾼 운전자가 보복운전 혐의로 신고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퇴근길, 좌회전 대기 줄에 끼어든 차량에 화가 나 경적을 한 번 울린 A씨. 이후 약 30초 동안 상대 차량을 따라 차선을 네 번이나 바꿨다.
A씨는 단순한 항의 표시라고 생각했지만, 7개월 만에 '보복운전' 혐의로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다.
급제동이나 욕설 같은 직접적인 위협 행위는 전혀 없었다. 이런 경우에도 보복운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새치기에 경적 울린 뒤 시작된 30초 추격
사건은 지난 1월 퇴근 시간에 일어났다. A씨는 좌회전을 위해 1차선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교차로를 막지 않기 위해 정지선에 멈춰 서 있는데, 2차선에 있던 B차량이 끼어들며 새치기를 했다.
A씨는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경적을 한 번 울렸다. 좌회전 신호를 받고 A씨는 B차량을 따라갔다. B차량이 2차선으로 차선을 바꾸자, A씨는 속도를 내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 방향지시등을 켜고 B차량 앞으로 차선을 변경했다.
이후 B차량이 3차선으로, 다시 2차선과 1차선으로 이동할 때마다 A씨도 차선을 바꿔 B차량 앞을 유지했다. 이렇게 30초 동안 4차례 차선을 바꿨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급제동, 상향등, 욕설 등 위협 행위는 일절 없었고, 방향지시등을 켜고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얼마 뒤 B차량이 속도를 높여 앞으로 사라지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뒤 A씨는 안전신문고 신고를 통해 보복운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위협 의도' 없었어도…반복된 추격 패턴이 쟁점
변호사들은 A씨의 행위가 보복운전으로 단정되지는 않지만, 수사 과정에서 고의성을 집중적으로 추궁받을 수 있다고 봤다. 보복운전(특수협박 등)은 차량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위협을 가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급제동·욕설이 없었다는 점은 유리한 사정"이라면서도 "4회에 걸쳐 상대 차선을 따라 이동한 패턴 자체는 블랙박스 영상만으로는 '고의적 진로 대응'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급제동이나 욕설 같은 명백한 위협 행위가 없었다는 점은 A씨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법무법인 쉴드 남천우 변호사는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방향지시등을 사용했다면 객관적 요건 충족 여부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상대 차량의 차선변경을 따라가며 앞을 막는 방식이 반복되면 특수협박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며 "상대 차의 이동을 보고 따라 차선을 수회 바꾸며 앞을 유지한 행위는 보복 의도와 위협성의 근거로 평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A씨가 단순히 '위협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왜 여러 차례 차선을 바꿨는지 객관적인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경찰 조사 전 신고 영상 확인 가능할까?…'우연' 주장은 금물
A씨는 경찰 조사 전에 안전신문고 신고 내용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변호사들은 정보공개청구 자체는 가능하지만, 수사 중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거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성진 김진아 변호사는 "정보공개청구는 가능하지만, 진행 중인 수사자료는 일부 또는 전부 비공개될 수 있다"며 "이 사건은 차선변경 '횟수'보다 상대 차량과의 거리, 속도, 전체 블랙박스 영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 대응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실제 사실과 달리 우연히 같은 차선으로 갔다고 주장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상대방의 차선변경을 보고 따라간 사실은 인정하되, 위협하거나 사고를 낼 목적은 없었고 급제동 등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블랙박스 영상에 근거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황윤경 변호사 역시 "다치게 할 뜻이 없었다는 말씀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각 차선 변경의 시점과 그때의 간격, 속도, 상대가 제동하거나 피해야 했는지를 영상에 맞춰 하나씩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