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 보상 요구, '권리'와 '공갈' 한 끗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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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피해 보상 요구, '권리'와 '공갈' 한 끗 차이

2026. 06. 11 16:2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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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주면 고소”…피해 학생의 합의금 요구, 공갈죄 될까?

학교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할 때 '돈을 안 주면 고소하겠다'는 식의 직접 요구는 공갈죄로 역고소당할 수 있다./ AI 생성 이미지

공개적으로 “소아성애자”라며 조롱당한 고3 학생이 녹취록 등 결정적 증거를 손에 쥐고 300만 원의 합의금 요구에 나섰다.


이는 명백한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 요구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돈 안 주면 고소하겠다’는 식의 표현 하나가 피해자를 순식간에 ‘공갈범’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며, 역고소의 덫에 걸리지 않을 안전한 요구 방식을 제시했다.


"소아성애자" 공개 조롱…녹취록 손에 쥔 피해 학생의 '반격'


고등학교 3학년 A군은 작년부터 이어진 학교폭력으로 고통받아 왔다. 과거 증거 불충분으로 학폭위가 종결된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가해 학생 2명은 또다시 A군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다름 아닌 다수의 학생이 오가는 학교 운동장에서 A군을 향해 “소아성애자”, “작년에 구라로 학폭 심의위 간 애”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공개적으로 조롱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A군은 당시 상황을 증언해 줄 제3자 목격 진술서 2건과 모욕적 발언이 담긴 녹음 파일, 심리적 고통을 증명할 1388 상담 기록까지 ‘결정적 증거’를 모두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A군은 형사고소 및 학폭위 정식 회부에 앞서,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를 보상한다면 선처해줄 용의가 있다는 의미로 1인당 150만 원, 총 300만 원의 위자료를 조건으로 한 합의를 제안할 계획이다.


정당한 권리인가, 공갈죄의 함정인가…"요구 방식이 관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서명기 변호사는 “현재 상황이라면 피해자가 위자료를 제안하며 합의를 시도하는 것 자체는 원칙적으로 적법한 권리행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권리 행사의 ‘방식’이 조금만 삐끗해도 정당한 요구가 순식간에 형사 범죄로 변질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전종득 변호사는 “권리행사라도 사회통념상 허용 범위를 넘으면 공갈 성립이 가능합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희원 변호사는 “형사고소, 학폭위를 지렛대로 사용하여 ‘돈을 내지 않으면’이라는 구조가 되면, 공갈·협박죄로 의율될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못 박으며, 합의금 요구가 금전 취득을 위한 압박 수단으로 비칠 때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사실상 법률 전문가 모두가 합의금 액수보다 ‘어떻게 요구하는지’가 사건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본 셈이다.


"직접 연락은 금물"…역고소 피하는 '3가지 안전장치'


그렇다면 억울한 피해자가 역고소의 위험 없이 안전하게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감정적 대응을 피하고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첫째, 절대 직접 연락하지 않는 것이다. 한대섭 변호사는 “귀하가 직접 가해자나 그 부모에게 연락하여 금전을 요구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제3자를 통하는 방식이 실무적으로 안전합니다”라며 보호자나 변호사를 통해 서면으로 의사를 전달할 것을 권했다.


둘째, 위협적인 표현을 피해야 한다. 김강희 변호사는 “'돈을 주지 않으면 처벌받게 하겠다', '학교생활을 끝내겠다'는 식의 압박 표현은 역고소 명분이 될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라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법적 절차와 합의 조건을 명확히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종득 변호사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조건 문구를 분리하십시오. '형사고소 포기'를 거래조건처럼 앞세우지 말고, '민사상 위자료 합의 제안(기한·계좌 포함)'과 '형사/학폭 절차는 별도로 법에 따라 진행될 수 있음'을 분리해 중립적으로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라고 조언했다.


피해 복구를 위한 정당한 요구가 한순간의 실수로 불법 행위가 되지 않도록, 치밀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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