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 팀장 성추행" 퇴사하면서 전 직원에게 발송한 메일…대법원 "명예훼손 아냐"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유부남 팀장 성추행" 퇴사하면서 전 직원에게 발송한 메일…대법원 "명예훼손 아냐"

2022. 01. 24 09:41 작성
조하나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one@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퇴사하면서 성추행, 성희롱 사실 메일로 전송

1심과 2심, '비방할 목적' 인정해 유죄 판단 벌금 30만원

대법원 "비방의 목적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직장 상사에게 당한 성희롱 피해 사실을 사내 메일로 회사 동료들에게 보냈더라도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셔터스톡

지난 2016년, 한 회사의 전국 208개 매장 대표 및 본사 직원 80여명에게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성희롱 피해 사례에 대한 공유 및 당부의 건'이라는 제목의 메일에는 직원 A씨가 겪은 성희롱 피해 사실이 자세히 담겼다.


A씨는 유부남인 B팀장이 지난 2014년 사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테이블 밑으로 자신의 손을 잡으며 성추행을 했으며 문자로 성희롱을 했다고 적었다. '옆에 앉으라'고 하거나 '오늘 같이 가요', '왜 전화 안 하니', '남친이랑 있어' 등 내용이다. A씨는 이에 답하지 않았다.

이어 "B팀장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서도 그가 성희롱 처리 업무를 맡고 있고, 불이익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을 경우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 등으로 신고하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 메일에는 B팀장이 보냈던 문자메시지 등이 첨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관심 보이는 행동으로 보여⋯성추행으로 느꼈으면 그때 신고했어야"

이후 A씨는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혐의는 공연성과 특정성, 그리고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 혹은 허위사실을 적시(摘示: 짚어서 보여주는 일)해야 한다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비방의 목적도 있어야 한다.


1심은 B팀장이 A씨의 손을 잡은 것과 문자를 보낸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했지만, A씨가 이 같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린 것은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행위가 당시 유부남인 B팀장이 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었다고 하더라도, 관심을 보이는 남자의 행동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B팀장의 행동을 옹호하는 듯한 표현이었다.


이어 "설령 A씨가 B팀장의 행동이 성추행이나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면, 그 당시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A씨가 비방의 목적을 가지고 B팀장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메일을 작성했다고 봤다.


A씨가 본사에서 지역 매장으로 전보 인사발령을 받은 뒤 이 문제를 문제 삼았던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였다. A씨에겐 그렇게 벌금 30만원이 선고됐다.


2심 역시 비슷한 판단이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시에 'B팀장의 행위가 관심을 보이는 남자의 행동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명예훼손을 유죄로 본 1심의 판단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2심도 A씨의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벌금 30만원을 유지했다.


"비방의 목적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명예훼손 무죄취지로 뒤집어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 문화와 인식, 구조 등에 비춰볼 때 A씨로서는 '2차 피해'의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며 "신고하지 않다가 퇴사를 계기로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정으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이메일은 A씨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례에 관한 것으로 회사 조직과 구성원들의 공적인 관심 사안으로 볼 수 있다"며 "부수적으로 A씨에게 전보인사에 대한 불만 등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B팀장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단은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라는 방향에서 상반되므로,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고 보는 대법원 판례와 일치한다.


또한 대법원은 "이 사건 술자리 당시 A씨와 B팀장 사이 신체 접촉이 있었고, B팀장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라며 "스스로 명예훼손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도 지적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