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비 2400만원, 아내는 쇄골 골절…'유령'된 버스 공제조합에 울분
수리비 2400만원, 아내는 쇄골 골절…'유령'된 버스 공제조합에 울분
출고 1년 신차, 격락손해 1000만원… 전문가들 "보험사 기준 15%? 소송으로 더 받아내야"

출근길에 아내와 함께 타고 있던 A씨의 차를 대형버스가 덮쳤 큰 인적 물적 피해를 입었지만, 가해자 측인 버스공제조합은 유령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응책은?/셔터스톡
한 가장의 악몽은 사고가 아닌, 사고 이후부터 시작됐다.
‘쿵’하는 굉음과 함께 1년 된 신차는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A씨가 정신을 차렸을 때 조수석의 아내는 쇄골이 부러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출고 1년 만에 2,400만 원의 수리비가 청구된 차와 병상에 누운 아내. 하지만 가해자인 버스공제조합은 감감무소식이다. 한 가장의 악몽은 사고가 아닌, 사고 이후부터 시작됐다.
"꿈의 차가 악몽으로"... 출근길 덮친 4중 추돌
A씨에게 지난 8월 19일 아침은 악몽으로 기억된다. 1년 전 설레는 마음으로 출고한 쏘렌토 하이브리드 차량에 아내를 태우고 나선 출근길. 세종포천 고속도로 광남IC 출구 인근 정체 구간에 멈춰선 순간, 뒤에서 덮친 대형 버스로 인해 4중 추돌사고의 한가운데 끼게 됐다.
피해는 처참했다. 주행거리 4만 7천km의 새 차는 수리비 견적만 2,400만원이 나왔고, 사고 이력으로 중고차 시세는 1,000만원 이상 폭락했다. 아직 갚아야 할 할부금만 2,200만원에 달하는 상황.
A씨 자신도 이마가 찢어져 5바늘을 꿰맸지만, 더 큰 고통은 조수석에 있던 아내에게 찾아왔다. 쇄골이 부러지는 중상(초진 6주)을 입고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수리비 2400만원, 시세 하락 1000만원... '유령' 공제조합의 벽
육체적 고통보다 A씨를 더 깊은 절망으로 밀어 넣은 것은 가해자 측인 버스공제조합의 '유령 같은' 태도였다.
사고 이후 조합으로부터 받은 것은 대인·대물 접수번호가 적힌 문자 메시지 한 통이 전부. 치료비 지급 보증은 이뤄졌지만, 정작 구체적인 손해배상 절차를 논의해야 할 담당자와는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 "내 차는 폐차 직전이고 아내는 수술까지 했는데, 도대체 누구와 얘기를 해야 합니까?" A씨는 답답함을 넘어 분통을 터뜨렸다.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격락손해(사고로 인한 차량 가치 하락 손해)'다. 보험업계는 통상 수리비의 10~15% 수준에서 격락손해를 인정하지만, A씨 차량의 실제 시세 하락액은 이를 훨씬 웃도는 1,000만원 이상이다. "보험사 기준대로라면 턱없이 부족한 보상"이라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보험사 기준은 무시하라"... 변호사들이 '소송'을 권하는 진짜 이유
법률 전문가들은 "소송을 통해 보험사 기준보다 훨씬 높은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법원 판례는 차량의 주요 골격이 파손된 경우, 수리를 하더라도 발생하는 가치 하락을 '통상의 손해'로 인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일 이환진 변호사는 "출고 1년 이내 신차이고 수리비가 2,400만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시세 하락 폭이 클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판례는 감정평가서 등을 통해 보험사 기준을 넘어선 격락손해를 인정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인적 피해에 대한 합의금 역시 마찬가지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단순 치료비 외에 휴업손해, 향후 치료비, 후유장애 손해까지 모두 청구해야 한다"며 "특히 배우자의 쇄골 골절은 노동능력 상실률까지 반영될 수 있어 섣부른 합의보다 법적 절차에서 더 높은 보상이 인정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A씨 아내의 경우, 수술 후에도 팔을 움직이는 데 제약이 남는 '후유장해(치료 후에도 신체에 남는 영구적인 정신적 또는 육체적 훼손 상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손해배상액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이것' 없으면 백전백패... 지금 당장 확보해야 할 결정적 증거들
전문가들은 A씨가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지금 당장 증거자료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교통사고 손해배상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며 "보험사와의 연락이 원활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조속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드시 챙겨야 할 자료 목록은 ▲차량 수리 상세 견적서 및 파손 부위 사진 ▲진단서, 소견서, 수술기록 등 모든 의료 기록 ▲급여명세서, 소득금액증명원 등 소득 증빙 자료 ▲이마 흉터의 경과를 알 수 있는 날짜별 사진 등이다. 이 자료들은 향후 협상이나 소송 과정에서 손해액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결국 A씨 부부가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한 길은 '소송'이라는 외로운 싸움으로 향하고 있다. 이는 비단 A씨만의 문제가 아닌, 거대 조직 앞에서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아직 할부금 2,200만원이 남은 사고 차량과 병상에 누운 아내, 그리고 묵묵부답인 보험사 앞에서, A씨의 외로운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