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찾아와 창문에 대고 보고 싶지 않은 영상 보여주는 남자…왜 처벌하기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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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찾아와 창문에 대고 보고 싶지 않은 영상 보여주는 남자…왜 처벌하기 어렵지?

2021. 06. 24 11:2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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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행위여도 처벌하기 어려워⋯현행법상 적용할 수 있는 법 없기 때문

자신의 집 창문에 기대 야한 동영상을 보고 있던 한 남성. A씨의 인기척에도 놀란 기색이 없다. 오히려 유유히 몸을 돌려 자신이 보고 있던 동영상을 A씨 보라는 듯 창문에 가져다 댔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어느날 늦은 저녁. 1층에 거주하는 A씨는 이상한 소리에 자꾸 신경이 곤두섰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집 창문에 대고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결국 참다못한 A씨는 소리의 근원을 찾아 나섰다. 도로와 맞닿은 창문에는 사람의 실루엣과 함께 작지만 밝은 불빛이 비춰지고 있었다.


한마디 해야겠다 싶어 가까이 다가간 순간. A씨는 너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처음 본 남성이 자신의 집 창문에 기대 야한 동영상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의 소리에도 남성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유유히 몸을 돌려 자신이 보고 있던 동영상을 A씨 보라는 듯 창문에 가져다 댔다.


급하게 커튼을 치고 문단속을 단단히 했지만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경찰에 도움을 청했지만, 실질적인 위협이 없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불안한 밤을 보낸 A씨.


그런데 문제의 남성은 A씨의 반응을 즐기듯 며칠째 찾아와 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자신의 집이지만 두려움과 불안함에 A씨는 이사까지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


신체 접촉 없이 단순히 성인물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행위는 처벌 어려워

A씨의 사연을 본 변호사들은 안타깝지만 적절한 처벌 조항이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법무법인 해냄의 조대진 변호사는 "(남성의 행동은) 신체 접촉이 없이 단순히 음란물을 A씨에게 보여준 것으로 이 경우 처벌 조항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법무법인(유한) 동인의 조주태 변호사는 "음란물이 불특정 다수 앞에서 상영된 것이라면, 성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형법 제243조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A씨에게만 보여준 것으로 이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우회적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시행 전이다. 현재 적용할 수 있는 법은 경범죄처벌법뿐이다.


법무법인 한원의 고광욱 변호사는 "해당 남성은 경범죄 처벌법상의 불안감 조성행위 또는 지속적 괴롭힘 사항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서울종합 법무법인 박준성 변호사도 "A씨에게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는 행위인 만큼 경범죄 처벌 대상"이라며 "다음에 또 오거든 즉시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주거침입죄 성립 가능성에 대해서는 변호사들 견해 엇갈려

A씨 집에 붙어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남성. 주거침입을 적용해볼 수는 없을까. 변호사들의 답변은 나뉘었다.


법무법인 정평의 김형석 변호사는 "남자가 1층 창문에 매달리면서 손이 넘어오는 등 신체의 일부가 들어온 경우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조주태 변호사도 "상대방의 신체 일부가 주거지 내로 들어 왔다면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주거침입을 적용하긴 애매하다고 본 변호사도 있다. 법무법인 천명의 박원경 변호사는 "(자세한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 상황만으로는) 주거지에 침입했다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도 "판례에 비춰볼 때, 상대방이 창문에 매달리거나 붙어있는 것만으로 별도의 죄가 성립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지난 2008년 대법원은 야간에 물건을 훔치기 위해 다세대주택 가스관을 타고 오르다 경찰관에게 발각돼 그냥 뛰어내린 피고인에 대해 '야간주거침입절도죄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못했다'고 봤다.


주거침입으로 처벌하려면 집으로 들어가는 문의 시정장치를 부수거나 문을 여는 등 침입을 위한 구체적 행위를 시작해야 하는데, 피고인의 행동이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침해할 현실적 위험성이 있는 행위를 개시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같은 법원의 태도에 비춰보면 창문을 억지로 여는 등의 행위 없이 단지 기대어 있거나 휴대전화를 가져다 대는 행위 등을 주거침입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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