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넘어간 내 전세금, 포기하긴 이릅니다
경매 넘어간 내 전세금, 포기하긴 이릅니다
변호사들 “집주인 다른 재산, 중개인 과실까지 끝까지 물어야”

A씨가 전세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 AI 이미지
집이 경매에 넘어갔지만 이미 설정된 거액의 근저당으로 보증금을 한 푼도 못 받을 위기에 처한 세입자.
법률 전문가들은 경매 배당이 끝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판결문을 근거로 집주인의 다른 재산을 추적하고, 계약 당시 중개인의 과실까지 따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내 돈’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송 이겨도 돈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한 세입자의 눈물
다가구 주택 세입자 A씨는 25년 10월, 살던 집에 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부랴부랴 배당요구신청을 하고 전세금 반환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크다.
건물 감정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 근저당과 수많은 선순위 임차인들 탓에 경매가 끝나도 자신에게 돌아올 배당금은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 때문이다.
A씨는 “저 이외에도 이미 소송 및 가압류 등을 걸어놓은 사람이 많아서 전세금반환소송이 승소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뭔가 추가로 조치할 수 있는 다른방법이 없을지 궁금합니다”라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집주인 다른 재산 추적, 없으면 신용불량자로 만들어야"
법률 전문가들은 경매만 바라보며 좌절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첫 번째 전략은 집주인의 '다른 재산'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것이다.
윤관열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이)는 “소송 판결 이후 강제집행을 통해 임대인의 다른 재산을 대상으로 변제를 받을 가능성을 모색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법원에 “재산명시신청이나 재산조회신청”을 진행해 집주인의 부동산, 예금, 차량 등 숨겨진 재산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집주인이 빈털터리 행세를 하더라도 방법은 있다. 김명수 변호사(법무법인 인화)는 “드러나는 재산이 없으면 임대인을 상대로 법원에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를 신청하여 신용상의 불이익이라도 부담시켜야 할 것입니다”라며 강력한 압박 카드를 제시했다.
나아가 재산 은닉 정황이 포착된다면 형사 고소도 가능하다. 김우중 변호사(법무법인 선) 역시 “집주인을 상대로 하는 사기죄 고소도 검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해, 민형사상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그때 중개인이 제대로 설명했나?"…책임 물어 손해배상 청구
집주인에게서 보증금을 받아낼 길이 막막하다면, 시선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던 '공인중개사'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
김정한 변호사(IBS법률사무소)는 중개인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법원은, 중개업자 다가구 주택의 임대차계약을 중개할 경우 임차의뢰인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에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다가구주택의 권리관계 등에 관한 자료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계약 당시 중개인이 선순위 보증금 규모 등 건물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세입자에게 피해를 줬다면, 법원이 그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김 변호사는 “A씨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다가주 주택의 선순위 임차인에 대한 권리관계에 대하여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였다면,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한 손해에 대하여 중개인 및 중개사협회에 민사 소송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집주인보다 자금 회수가 용이한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를 보전받을 길도 열릴 수 있다.
최후의 보루, '대항력'으로 새 집주인과 맞서라
모든 방법이 여의치 않을 때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대항력'을 이용해 새 집주인(낙찰자)을 상대로 버티는 것이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경매에서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지 못했더라도, 못 받은 돈을 낙찰자로부터 돌려받을 때까지 집을 비워주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는 대법원 판례(1997. 8. 22. 선고 96다53628 판결)에서도 인정하는 임차인의 강력한 권리다. 따라서 A씨가 대항력을 갖췄다면, 경매 이후 새 집주인에게 남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며 주택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
이는 보증금 회수를 위한 최후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모든 과정이 복잡하고 신속한 대응이 중요한 만큼,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가능한 모든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