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달에 한 번 연락, 스토킹일까 아닐까…법조계 '갑론을박'
한두 달에 한 번 연락, 스토킹일까 아닐까…법조계 '갑론을박'
1년간 거부 의사 무시한 채 뜸한 연락…스토킹 '지속성' 요건 두고 변호사들 의견 엇갈려

“연락하지 말라”는 경고에도 1년 넘게 한두 달에 한두 번씩 꾸준히 연락을 해왔다면 스토킹에 해당할까?/셔터스톡
“제발 그만해” 애원에도 1년간 이어진 한두 달에 한 번꼴의 연락, 법원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연락하지 말라”는 경고를 세 차례나 했지만, 상대방은 1년 넘게 한두 달에 한두 번씩 꾸준히 연락을 해왔다. 뜸하지만 끊어지지 않는 이 고통의 사슬을 법은 ‘스토킹’이라는 범죄로 인정할 수 있을까.
원치 않는 연락으로 고통받던 한 시민의 질문이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 정도면 충분” vs “다툼의 여지”…엇갈린 변호사들
이 사안을 두고 변호사들의 의견은 명확히 갈렸다. 다수의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가온길의 백지은 변호사는 “스토킹의 지속성, 반복성이 인정될 만한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고, 법률사무소 가호의 이진채 변호사 역시 “질문글 정도면 충분히 지속성이 인정된다”고 단언했다.
특히 법무법인 휘명의 김민경 변호사는 구체적인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법원은 ‘2~3개월에 1회 정도의 접촉 시도라 하더라도, 그것이 1년 이상 지속되고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계속된 경우’ 스토킹으로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1년 이상의 기간, 명시적 거부, 규칙적 시도라는 세 가지 요소를 볼 때 ‘지속성’ 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1년이 넘게 한두 달에 1, 2회씩 연락이 온다면 스토킹 행위에 대한 법리적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 역시 “행위 간의 간격이 길거나 단발적이라면 지속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다툼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법원의 저울, ‘횟수’보다 ‘전체 맥락’에 무게
결국 핵심은 법원이 ‘지속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렸다. 스토킹처벌법은 단순히 행위의 횟수나 간격만으로 범죄 성립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각 행위 사이에 ‘일시·장소의 근접성, 방법의 유사성, 범의의 계속 등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전체를 하나의 연속된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12년간의 경찰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법원은 스토킹 행위의 지속성 판단에 있어 ‘행위의 집중도’보다 ‘전체 기간의 지속성’에 더 주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락 빈도가 뜸하더라도 1년 이상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이어진 행위라면, 피해자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취지다.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스토킹범죄는 성립한다고 보인다”면서도 “다만, 처벌된다 하더라도 1~2달 간격으로 1회, 2회 정도의 연락을 한 정도로 스토킹 행위의 횟수가 많지 않은 점은 법관의 양형 조건에서 참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처벌 수위는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끝나지 않는 고통, 어떻게 맞서야 하나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체계적인 증거 확보’와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현한 증거, 상대방의 연락 기록, 이로 인한 정신적 피해 상황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입증자료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송재빈 변호사는 “경찰 초기 수사에서 수사 방향과 수사관의 심증이 형성된 이후에는 변경이 어렵다”며 전문가를 통한 신속한 초기 대응을 촉구했다. 또한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형사 고소와 별개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은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되므로 매우 실효성이 높다”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한두 달에 한 번 오는 연락이라도 1년 이상 지속되고 명백한 거부 의사를 무시했다면 스토킹 범죄로 인정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는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는 경계선 위의 사안이기도 하다.
결국 이 싸움의 승패는 피해자가 겪은 고통의 시간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해내느냐에 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