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소멸시효 지났잖아?" 7년 동안 밀린 월급 중 3년 치만 보낸 사장님
"어차피 소멸시효 지났잖아?" 7년 동안 밀린 월급 중 3년 치만 보낸 사장님
차일피일 밀린 임금만 7년 치⋯법적 대응 하겠다고 말하니 부랴부랴 일부만 보내왔는데
소멸시효 안 지난 임금만 쪼개서 보낸 사장님의 '꼼수'⋯이대로 모든 책임 끝난 걸까?

지난 7년간 임금을 밀려놓고, 최근 3년 치만 보낸 사장. "임금채권은 3년까지만 받을 수 있다"는 사장의 말은 사실일까. 변호사들은 "그건 맞지만, 사장의 형사 책임은 남아있다"고 자문했다. /게티이미지⋅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씨 통장으로 거액의 돈이 입금됐다. 무려 3년 치였다. 보통은 월급이 입금되면 기뻐야 할 테지만, A씨는 도리어 착잡해졌다. 이제야 겨우 밀린 월급의 절반 정도를 받았을 뿐이어서다.
가족처럼 지내던 회사의 배신. 사장님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면서 지난 7년간 월급을 제때 주지 않았다. 사장님과 한참 실랑이를 벌이던 A씨는 뒤늦게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제야 부랴부랴 밀린 월급을 보낸 건데, 그마저 일부분만 입금했던 것.
"그거 보내준 것도 고맙게 생각해. 어차피 임금채권은 3년까지만 받을 수 있는 거 몰라?"
월급도 잃고, 사람도 잃은 A씨. 사장님은 법대로 하라며 당당하게 나왔다. A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 방법이 정말 없는 건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A씨 사건을 접한 변호사들은 "괘씸하지만 사장님의 주장이 어느 정도 맞다"고 했다. 아무리 월급이 밀렸어도, 받아야 할 시기로부터 3년을 넘겼으면 더는 청구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모든 근로자는 일한 만큼 임금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생긴다. 이 둘 사이에는 월급을 주고받을 권리, 즉 '임금채권'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 임금채권도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더이상 청구할 수 없게 된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그 시한을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49조).
사장님이 악용한 건 바로 이 지점이었다. 그간 체불한 임금은 더 많지만, 소멸시효가 지나버린 것들은 떼고 아직 지급 의무가 남은 3년치만 A씨에게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A씨가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사장님의 모든 법적 책임이 사라진 게 아니다"라며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면, 형사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고 했다.
IBS 법률사무소의 이지언 변호사는 "임금채권은 사라졌어도, 임금을 체불했다는 사실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면서 "이제라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체불한 사용자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데(제109조 제1항), 이런 범죄는 5년이 지나기 전이라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5호).
이 사안의 경우, 사장님이 A씨에게 마지막으로 임금을 체불한 시점부터 5년간 형사 고소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때 A씨는 이 사건의 피해자이므로 추후 합의금의 형식으로 떼인 임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변호사들은 봤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위반은 물론이고, (사장님의 발언 수위에 따라) 협박죄로 고소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임금뿐 아니라 퇴직금도 체불된 상태라면 함께 청구 소송을 진행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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