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사오라더니 스토커 신고?"…연인의 배신, 무고죄 단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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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사오라더니 스토커 신고?"…연인의 배신, 무고죄 단죄 가능할까

2025. 12. 09 14:4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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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무혐의 후 '거짓 고소' 역공 준비…변호사 15인 "고의성 입증이 관건"

고가 선물을 요구하다 헤어진 연인에게 스토킹으로 고소당한 남성이 '약을 사다 달라'는 상대방의 문자 덕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고가의 선물을 주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던 연인은 이별 후 상대를 스토커로 몰았지만, 결정적 문자 한 통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사랑은 때로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 고가의 선물을 요구하며 “안 주면 헤어지겠다”고 협박하던 연인. 결국 이별을 통보받고 불안감에 휩싸여 물건을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산산조각 난 물품과 ‘스토커’라는 낙인이었다.


연인 간의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한 이 사건은 이제 ‘무고’라는 더 날카로운 칼날을 겨누고 있다.


“선물 안 주면 끝”...배신으로 시작된 비극


사건의 시작은 연인의 위태로운 대화였다. A씨의 연인은 고가의 물품을 사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이를 거절하자 연인은 기다렸다는 듯 이별을 통보했다.


관계를 되돌리고 싶은 마음에 A씨는 결국 상대방의 집으로 해당 물품을 보냈다. 하지만 상대는 “왜 동의 없이 물건을 보냈냐”며 도리어 화를 내고 물건을 파손해 버렸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상대는 A씨가 자신의 동의 없이 물품을 보내 불안감을 조성했다며 경찰에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다. 사랑했던 사람은 한순간에 A씨를 범죄자로 만들었다. 경찰 조사를 받게 된 A씨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였다.


“몸 아프니 약 좀”…반격의 열쇠가 된 문자 한 통


스토커로 몰린 A씨에게 반격의 실마리는 뜻밖의 장소에 있었다. 바로 상대방이 보낸 한 통의 문자 메시지였다. 상대는 A씨를 스토킹으로 고소하기 며칠 전, “몸이 아프니 집 앞에 약을 두고 가라”며 A씨에게 먼저 연락하고 방문을 요청했다.


이 문자는 A씨의 행위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스토킹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A씨가 일방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 역시 A씨와의 접촉을 유도하고 필요에 따라 요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경찰은 이 증거를 받아들여 A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거짓말, 법의 심판대에”…변호사들의 판단은?


누명을 벗은 A씨는 이제 반격을 준비한다. 자신을 고의로 처벌받게 하려 한 상대를 무고죄(타인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범죄)로 고소하려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무고죄 고소가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장벽은 상대방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웨이브 이창민 변호사는 “무고죄는 쉽게 말씀드려 고소인이 ‘상대방을 X되게 만들 의사’로 고소를 하였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내심의 생각이라 입증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스토킹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고 해서 자동으로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반면, 법률사무소 조이 윤관열 변호사는 A씨가 제출한 ‘약 배달’ 문자를 긍정적 신호로 봤다. 그는 “상대방이 본인을 피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락하고 직접적인 도움을 요청했음을 의미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정황은 상대방이 스토킹에 대한 고소를 허위로 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검사 출신인 서아람 변호사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무고를 입증할 만한 여지가 있다면 수사검사나 공판 검사가 가만히 있었을 리 없다”며 “검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그건 무고인지 입증할 수가 없는 상태일 것이라서, 따로 고소해도 큰 실익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짚었다.


결국 변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A씨가 가진 증거들은 상대방의 고소가 ‘허위’라는 점을 보여주기엔 충분하지만, 상대가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알면서도’ 거짓말을 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송재빈 변호사는 “전반적인 고소사실 전체를 근거로 무고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법률 전문가와의 사전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연인의 배신으로 시작된 사건은 스토킹이라는 오명을 거쳐, 이제 무고죄라는 험난한 법의 심판대 위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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