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농담 한마디에 성희롱범? 징계 막을 생존 전략
'보고싶다' 농담 한마디에 성희롱범? 징계 막을 생존 전략
선의의 격려가 오해로…'의도'와 '인식'의 충돌, 법의 시선은?

업무 독려차 후배에게 "보고싶다"는 농담을 건넨 직장인이 성희롱으로 신고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업무 독려차 후배에게 건넨 "보고싶다" 농담 한마디가 직장 내 성희롱 신고로 비화됐다. 강제성이나 사적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사내 조사의 칼날은 이미 목전에 와 있다.
행위자의 '선의'와 피해자의 '불쾌감'이 정면 충돌하는 이 상황, 징계의 파고를 넘기 위한 법률 전문가들의 현실적 대응 전략을 심층 분석했다.
"격려 차원 농담이었는데"…'성희롱범' 오명 쓴 선배의 항변
직장인 A씨는 최근 후배 직원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혐의로 신고당해 사내 조사를 받고 있다. 자리를 비운 팀원에게 "보고 싶다"고 한 말이 문제가 됐다.
A씨는 "빨리 복귀해서 업무를 도와달라는 뜻을 농담으로 표현한 것일 뿐, 이성적 감정이나 사적 의도는 전무했다"고 강하게 부인한다. 그는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술자리를 제안한 적은 있지만 강제성은 없었고, 실제로 단 한 번도 사적인 모임으로 이어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평소 성별과 무관하게 동료들을 챙겨왔던 자신의 행동이 '험상궂은 인상' 탓에 오해를 산 것 같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법의 냉정한 잣대, '내 의도'보다 '객관적 상황'에 기운다
A씨의 억울함에도 불구하고 법의 판단 기준은 행위자의 '의도'가 아닌, 행위가 벌어진 '객관적 상황'과 '피해자의 인식'에 무게를 둔다.
법무법인(유한) 한별 허은석 변호사는 "사안의 핵심은 A씨의 의도와 달리 상대방이 위계 관계 속에서 부담이나 성적 굴욕감을 느꼈는지 여부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상급자의 위치가 가벼운 농담의 의미를 무겁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 역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희롱은 객관적으로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행위인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내심 순수한 격려였더라도 상대방이 위계 관계 속에서 성적 불쾌감을 느꼈고, 사회 통념상 그럴 만하다고 인정되면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징계 최소화 전략: '억울함 호소'보다 '객관적 증거'와 '성숙한 태도'
그렇다면 징계를 최소화할 현실적 방어 전략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감정적 호소보다 '객관적 증거 제시'와 '성숙한 태도'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강제성이나 지속성이 없었음을 입증할 방안으로 "전화 내역, 문자 내역, 카톡 내역 등을 정리해서 제출하시길 권합니다"라며 물증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위서 작성에 있어서는 섣부른 자기변호보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서아람 변호사(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는 "경위서 작성 시에는 의도 부정만 강조하기보다는, 상대방이 불편함을 느꼈을 가능성에 대해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의지를 함께 밝히는 것이 실무상 유리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소통 방식에 미숙함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태도가 오히려 책임 회피 인상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료 평판 조사, '양날의 검'…이렇게 요청하라
평소 행실을 입증하기 위해 동료들의 평판을 활용하는 것은 유효한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접근 방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법무법인 파운더스 이주헌 변호사는 "직접 동료들에게 진술을 요청하는 것은 회유나 2차 가해로 오해받을 수 있으므로, 조사위원회에 정식으로 '평소 소통 스타일 확인을 위한 동료 참고인 조사'를 요청하여 객관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라고 경고했다.
개인이 직접 나설 경우 오히려 입막음 시도라는 더 큰 오해를 살 수 있기에, 반드시 회사의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 대응의 방향이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만큼, 사소해 보이는 절차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