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 이겼는데 돈은 0원"…전세사기 형사재판, ‘배상명령’ 신청 실익 있을까?
"민사소송 이겼는데 돈은 0원"…전세사기 형사재판, ‘배상명령’ 신청 실익 있을까?
보증금 1.8억 민사 판결 있는데도 또 신청? 변호사들 "실익 따져봐야"…청구 가능 항목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민사 승소 후 형사 배상명령을 신청해도 이미 판결받은 보증금은 돌려받기 어렵다. / AI 생성 이미지
최근 전세사기 가해자인 법인 임대인을 상대로 공동 형사고소를 진행한 A씨. 이미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이겨 판결까지 받았지만, 보증금 1억 8,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가해자의 형사재판을 앞두고 검찰청으로부터 '배상명령제도' 안내를 받은 A씨. 이미 민사 판결이 있는데도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을 또 신청하는 게 의미가 있을지, 보증금 외에 변호사비나 정신과 치료비 등도 함께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A씨는 과연 배상명령 제도를 통해 떼인 보증금을 더 빠르고 확실하게 돌려받을 수 있을까?
민사 승소, 형사 고소까지…그런데 보증금은 '0원'
A씨는 전세계약 만료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법인 임대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 임차권등기까지 마쳤고, 집주인 소유 부동산은 압류된 상태다.
하지만 A씨는 보증금 1억 8,000만원을 아직 전혀 돌려받지 못했다. 판결을 집행하기 위해 경매를 진행하고 직접 낙찰받는 '셀프낙찰'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세입자들과 함께 진행한 형사고소 사건의 재판 기일이 잡혔다. A씨는 그동안 보증금 외에도 반환소송 변호사비 200만원, 소송비용 약 80만원, 우울증 등으로 인한 정신과 진료비 약 40만원 등 추가적인 손해도 입었다.
이미 판결받은 보증금, 배상명령 또 신청할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미 민사판결을 받은 전세보증금에 대해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것은 실익이 거의 없다. 변호사들은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배상명령제도는 범죄 피해자가 형사재판 절차에서 간편하게 피해를 배상받도록 만든 제도다. 배상명령이 확정되면 민사 판결과 같은 효력(집행권원)을 갖는다.
그런데 A씨는 이미 보증금 1억 8,000만원에 대해 민사 판결이라는 집행권원을 확보한 상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이미 전세보증금 반환에 관한 민사판결을 받아 확정된 상태라면, 동일한 보증금 원금에 대해 다시 배상명령을 받아야 할 실익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피해자가 이미 피해 회복에 관한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별도로 배상명령을 신청할 이익이 없다고 본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이미 같은 금액에 관한 집행권원인 확정 민사판결을 가지고 있으면 배상명령 신청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보증금 안 되면 변호사비·치료비라도?…항목별 판단은
그렇다면 보증금을 제외한 변호사 선임비, 소송비용, 정신과 치료비 등은 배상명령으로 받을 수 있을까? 이 또한 대부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배상명령은 범죄로 인해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와 치료비 손해, 위자료에 한정된다. 변호사 선임비나 소송비용, 임차권등기 비용 등은 범죄의 직접 피해가 아닌, 피해 회복을 위해 지출한 간접비용으로 본다. 이 비용들은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 등 별도의 민사 절차를 통해 받아내야 한다.
반면, 전세사기로 인한 정신과 치료비 약 40만원은 '치료비 손해'에 해당해 배상명령 신청을 검토해볼 수 있다.
법무법인 베테랑 나상호 변호사는 "보증금 원금보다는 민사판결에 포함되지 않은 정신과 진료비와 그로 인한 위자료 부분을 정리해 신청서에 담아두는 편이 실질적으로 유용하다"고 조언했다. 배상명령 신청 자체가 피고인의 피해회복 노력을 판단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배상명령이 경매에 불이익 주진 않아…"실제 회수는 집행 설계가 핵심"
A씨가 우려한 것처럼 배상명령 신청이 향후 경매나 셀프낙찰에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 배상명령은 집행권원을 하나 더 얻으려는 시도일 뿐, 이미 진행 중인 강제집행 절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변호사들은 배상명령 신청에 힘을 쏟기보다, 이미 확보한 민사 판결문을 가지고 강제집행 절차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집행 실익을 고려할 때, 이미 확보한 민사판결을 토대로 강제경매 절차를 흔들림 없이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 역시 "결국 이 사건에서 실제 회수액을 가르는 것은 배상명령이 아니라 집행 설계"라며 "압류된 부동산의 권리관계와 배당 순위 등을 파악해 회수 전략을 짜는 것이 첫 단추"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