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없이 한 '매매계약' 파기한다면? 해약금은 안 줘도 됩니다, 손해배상은 해야 합니다
계약금 없이 한 '매매계약' 파기한다면? 해약금은 안 줘도 됩니다, 손해배상은 해야 합니다
매매대금의 5~10% 정도가 일반적

계약금 없이 부동산 매매계약을 진행한 A 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계약을 파기하게 됐다. 집주인은 통상의 '배액배상'을 요구하는 상황. 정말 계약금 없이 진행한 계약도 배액배상을 해야 할까? /셔터스톡
"집 내놓을 건데 혹시 사실래요?"
전세를 살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집 주인으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 집을 팔 예정인데, 세입자인 A씨에게 먼저 구매 의사를 확인해본 것이다.
가격은 5억. 전세금 4억에 1억원만 보태면 됐다. 이에 A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되겠다"는 생각에 매매 의사를 밝혔다. 이후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계약금과 중도금 없이 2개월 뒤로 정한 잔금일에 매매대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A씨가 은행에서 '대출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다. 부득이하게 매매를 진행할 수 없게 된 A씨는 집주인에게 계약 파기를 요청했다.
그러자 집주인은 1억의 해약금을 요구했다. 통상적인 계약 파기 시 배액배상을 하니 그만큼을 달라고 했다. 이를 주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계약서에도 관련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계약금을 주지 않은 상태로 계약을 진행했던 A씨. 정말 1억의 해약금을 집주인에게 줘야 할까.
변호사들은 계약금 없이 계약을 했으니 해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법무법인(유)에이스의 이종걸 변호사는 "계약 당시 일반적인 매매계약서를 사용함에 따라 계약해제 시 손해배상 기준을 '계약금'으로 명시했지만, A씨의 경우 계약금이 없어 이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했다.
법무법인 하신의 김지원 변호사도 "계약금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약금이나 손해배상의 예정이 있다고 볼 수 없어, 해약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즉, A씨는 집주인이 요구하는 1억의 해약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그렇다면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도 A씨는 책임에서 자유로운 걸까. 그렇지는 않다.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주어진다.
법무법인 초석 권영국 변호사는 "계약 불이행의 원인이 A씨에게 있는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것"이라고 했다.
김지원 변호사도 "A씨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해 집주인이 A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할까? 사실 이 경우 집주인이 "내가 입은 손해가 얼마다"라고 법원에 입증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액수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매매대금의 5~10% 사이로 결정될 확률이 높다고 이종걸 변호사는 예상했다.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 관행상 계약금이 통상 전체 매매대금의 5~10% 정도로 정해지는 것에 비추어, 손해 역시 그 범위 내에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 이유였다.
정리하면 최대 5000만원(매매대금 5억의 10%)의 손해배상 책임은 A씨가 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