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받으러 갔다 '스토킹범' 될 뻔…법원의 '접근금지' 통보 전에 찾아갔는데 처벌될까?
빚 받으러 갔다 '스토킹범' 될 뻔…법원의 '접근금지' 통보 전에 찾아갔는데 처벌될까?
법원, '고지받지 못했다면 위반 고의 없어' 무죄 판결…전문가들 '통보 후 접촉은 절대 금물'

법원의 접금금지 조치가 내려진 줄도 모르고 채무자를 찾아갔던 A씨. 그에게 스토킹 죄가 적용될까? /셔터스톡
법원 결정문은 어제, 내 손에 들어온 건 오늘…'몰랐다'는 항변은 통할까
빌려준 돈을 받으러 채무자를 찾아갔다가 졸지에 스토킹범으로 몰릴 위기에 처한 한 남성의 사연이 있다. 법원의 접근금지 결정이 내려진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이뤄진 방문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을까.
A씨는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자, 며칠 뒤 직접 그의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 A씨는 경찰로부터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이 내려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확인 결과, 법원의 결정은 A씨가 채무자를 찾아가기 바로 전날 내려진 상태였다. A씨의 방문은 법원 결정 이후, 하지만 본인에게 통보되기 이전에 이뤄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A씨는 스토킹 행위자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법원 결정은 어제, 통보는 오늘…처벌의 칼날, 언제부터 작동하나
이번 사건의 핵심은 법원 결정의 '효력 발생 시점'과 '처벌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잠정조치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스토킹처벌법) 제9조에 따라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의 접근이나 연락을 금지하는 법원의 임시 조치를 말한다. 같은 법 제20조 제2항에 따라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법원의 결정 자체는 내려지는 순간부터 효력이 발생하지만, 실제 형사처벌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잠정조치 위반으로 처벌받으려면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며 “법적 효력과 별개로, 처벌을 위해서는 피의자가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사실을 '알고도 어겼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몰랐다'는 것이 방패 될까…법원 “범죄 의사 인정 어려워” 무죄
결국 이 사안의 열쇠는 '고의성' 입증 여부에 달렸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A씨가 잠정조치 결정 사실을 통보받지 못해 이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채무자를 만났으므로, 처벌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잠정조치를 통보받기 전에 채무자를 찾아간 것은 위반의 고의가 없으므로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법원은 그러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최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유사한 사건에서 “피고인이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을 고지받지 못하여 그 내용을 알지 못했던 이상, 잠정조치 결정을 위반한다는 범의(犯意, 범죄를 저지르려는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무죄를 선고했다(2024고단132). A씨에게 유리한 판례가 존재하는 셈이다.
경고등 켜진 이상 '한 걸음'도 위험…통보받은 후엔 어떻게
그렇다면 앞으로 A씨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통보받은 시점 이후'의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경고한다. '몰랐다'는 항변은 단 한 번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는 “본인에게 적법하게 송달, 통보가 되어야 실제로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서도 “통보받은 이후에는 어떤 이유로든 채무자에게 연락하거나 접근하는 행위는 명백한 법 위반이며, 곧바로 형사처벌로 직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경고등이 켜진 이상, 채권 회수 방식에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무지(無知)가 방패가 되어준 것은 이번 한 번뿐일 것이다.
